- NASA 화성정찰위성의 고해상도 카메라 HiRISE가 촬영, 수십㎝ 크기 지형까지 식별
- 충돌구 안에 펼쳐진 모래무늬와 침식 흔적, 바람과 계절 변화가 만든 화성의 기록
거대한 절벽이 둥글게 이어지고, 가파른 경사면 아래로는 모래가 흘러내린 듯한 흔적이 길게 뻗어 있다. 충돌구 바닥에는 마치 물결처럼 촘촘한 무늬가 펼쳐져 있다. 사막을 내려다보는 듯한 이 풍경은 지구가 아닌 화성의 모습이다.
우주·과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블랙 홀(Black Hole)’은 8월 31일 X 계정을 통해 화성의 충돌구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정찰위성(Mars Reconnaissance Orbiter·MRO)에 탑재된 고해상도 이미징 과학실험 카메라(High Resolution Imaging Science Experiment·HiRISE)로 촬영된 것으로 소개됐다.
블랙 홀은 HiRISE가 화성 표면을 매우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장비라며 이를 통해 지형과 충돌구의 구조, 오랜 시간에 걸쳐 화성의 풍경을 변화시켜 온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정찰위성은 2005년 8월 발사돼 이듬해 3월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이후 화성 상공을 돌며 지표와 대기, 지하 구조 등을 조사해 왔으며 2026년 3월에는 화성 궤도 진입 20주년을 맞았다.
이 위성에 탑재된 HiRISE는 화성 표면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대표적인 장비다. 화성정찰위성은 관측 과정에서 대략 250~300㎞ 고도에서 화성을 내려다보며, HiRISE는 관측 조건에 따라 한 화소당 약 25~30㎝ 수준의 지형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해상도를 제공한다.
덕분에 화성 전체의 모습을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충돌구의 경사면이나 작은 골짜기, 모래언덕 표면에 만들어진 잔물결처럼 비교적 세밀한 지형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사진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부분도 충돌구 바닥에 펼쳐진 물결 모양의 지형이다. 화성의 여러 충돌구에서는 바람에 의해 이동한 모래가 쌓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사구와 잔물결이 만들어진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화성은 지구보다 대기가 매우 희박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지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힘이다. 모래와 먼지를 이동시키면서 사구의 모양을 바꾸고 지표에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지형의 형태와 방향을 분석해 화성에서 바람이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추적한다.
HiRISE가 관측한 허셜 충돌구(Herschel Crater)에서도 대규모 모래언덕이 발견됐다. 사구의 가파른 경사면과 표면에 나타난 작은 물결을 살펴보면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모래를 이동시켰는지 짐작할 수 있다.
화성의 모래언덕은 오래전 만들어진 뒤 그대로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바람에 따라 모래가 움직이면서 지형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프로크터 충돌구(Proctor Crater)에서는 어두운 현무암질 모래로 이뤄진 사구가 관측됐으며, 연구자들은 시간에 따른 사구의 변화를 비교하면서 현재 화성에서 일어나는 지표 활동을 살펴보고 있다.
충돌구 역시 화성의 역사를 읽는 중요한 자료다. 소행성이나 혜성 등이 화성 표면과 충돌하면서 처음 만들어진 뒤 수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바람에 의한 침식과 퇴적, 서리와 얼음의 계절적 변화 등이 더해지면서 모습이 계속 달라져 왔다.
HiRISE는 이러한 변화를 한순간의 사진으로만 기록하지 않는다. 같은 지역을 여러 차례 촬영해 이전 사진과 비교하면 사구가 조금씩 이동하거나 경사면에 새로운 흔적이 생기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러셀 충돌구(Russell Crater)에서는 사구 경사면에 새로운 골이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 관측됐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변화에 계절에 따라 얼고 사라지는 이산화탄소 얼음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에 나타난 화성의 색을 이해할 때도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HiRISE가 공개하는 컬러 영상 가운데는 지표의 서로 다른 물질과 구조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여러 파장대의 정보를 조합한 이미지가 있다. 따라서 사진 속 붉은색이나 푸른빛을 사람이 현장에서 보게 될 색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 블랙 홀이 공개한 게시물에는 사진에 담긴 충돌구의 정확한 이름과 위치, HiRISE의 관측 번호가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 사진만을 근거로 특정 충돌구라고 단정하기보다는 HiRISE가 촬영한 화성 충돌구의 한 모습으로 소개하는 것이 적절하다.
화성정찰위성이 지난 20년 동안 보내온 수많은 고해상도 사진은 화성이 단순히 황량하고 변화가 없는 행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람은 지금도 모래를 움직이고, 계절에 따라 얼음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그 과정에서 지표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진다.
블랙 홀이 소개한 사진 역시 이러한 화성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준다. 거대한 충돌로 만들어진 지형 위에 다시 바람과 모래, 계절의 흔적이 쌓이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화성의 풍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약 250㎞ 상공에서 포착한 충돌구의 작은 모래무늬 하나하나는 수십억 년에 걸친 화성의 역사와 지금도 계속되는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기록이 되고 있다.
BEST 뉴스
-
NASA 과학자 델리아 산티아고-마테레세, 지구 생물 연구에서 토성 위성 타이탄까지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프로그램 과학자 델리아 산티아고-마테레세(Delia Santiago-Materese). [사진=NASA Science X / NASA·Noelia González] 지구의 생물에서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으로, 다시 화성의 대기를 거쳐 토성의 위성 타이탄까지. 서로 멀어 보이는 연구 분야를 하나의 ... -
탄소와 탄소를 연결하는 기술…스즈키 반응이 넓혀온 분자의 가능성
▲ 201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화학자 아키라 스즈키(Akira Suzuki) [사진=The Nobel Prize X] 서로 떨어져 있는 탄소 원자를 연결해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이 있다. 바로 ‘스즈키 반응(Suzuki reaction)’이다. 다양한 유기화합물... -
뉴런은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할까… AI 영상으로 다시 주목받은 ‘신경가소성’
▲ 뉴런이 작은 가지를 뻗어 주변을 탐색하고 다른 뉴런과 연결되며, 이렇게 형성된 시냅스(synapse)를 통해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AI 영상 캡쳐 [사진=Sci Nature News X] 신경세포가 가느다란 가지를 뻗어 주변을 탐색하고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 -
50년 전 화성에 내려앉은 바이킹 2호…붉은 행성의 풍경을 전하다
▲ 바이킹 2호의 화성 착륙 50주년을 맞아 1976년 촬영된 첫 컬러 이미지 [사진=NASA History Office X] 붉은 흙 위로 크고 작은 돌이 끝없이 흩어져 있다. 그 너머로 이어지는 지평선 위에는 옅은 분홍빛 하늘이 펼쳐진다. 지금은 여러 화성 탐사선이 고해상도 사진을 보내오고 있지만, ... -
유럽 민간 로켓, 유럽 대륙서 첫 궤도 진입… 우주 독립 한 걸음 더
▲ 독일 우주기업 이사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가 개발한 로켓 ‘스펙트럼(Spectrum)’이 노르웨이에서 발사돼 우주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x] 유럽 민간 우주산업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독일 우주기업 이사르 에어로스페이스(I... -
AI 시대 개발협력 방향은…서울 ODA 국제회의서 ‘포용적 AI’ 해법 논의
▲ 외교부와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18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AI’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제19회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 랜드리 시녜(Landry Signé) 썬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국제협력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