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으로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 등 다양한 분자 성분 분석
- 별과 행성의 경계에 있는 천체, 대기와 구름의 변화 통해 우주 진화의 단서 탐색
별처럼 태어났지만 별이 되지 못한 천체가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데 필요한 질량을 갖추지 못해 어두운 우주에서 서서히 식어가는 '갈색왜성(Brown Dwarf)'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이러한 갈색왜성 37개의 대기를 분석해 물과 메탄, 이산화탄소 등 다양한 분자를 확인했다. 그동안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천체의 대기 환경과 변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측 자료가 확보된 것이다.
NASA는 16일 오전 1시 3분(한국시간) 공식 X계정 'NASA Universe'를 통해 스피어엑스(SPHEREx) 우주망원경을 활용한 갈색왜성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NASA가 지난 8일 공식 발표한 연구로,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NASA는 게시글에서 갈색왜성을 '우주의 고스족(goth worlds)'이라고 표현했다. 어둠 속에서 홀로 떠돌며 외부의 별빛이 아닌 내부에 남아 있는 열을 방출하는 모습을 독특하게 비유한 것이다.
갈색왜성은 별과 행성의 경계에 있는 천체다. 일반적인 별처럼 가스와 먼지가 중력에 의해 뭉쳐 형성되지만, 태양과 같은 별에서 일어나는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 반응을 지속하기에는 질량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행성으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형성 과정은 별과 비슷하면서도 대기의 성질은 목성이나 토성과 같은 거대 가스행성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NASA가 소개한 갈색왜성들은 특정 항성을 공전하지 않고 우주 공간을 떠도는 천체들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 형성된 내부의 열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방출하며 점차 차가워지고 어두워진다.
갈색왜성은 1990년대 처음 발견된 이후 천문학계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가시광선으로는 매우 희미하게 보이는 데다, 대기 속에서 어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자세히 살펴보기도 쉽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스피어엑스는 NASA가 2025년 3월 발사한 적외선 우주망원경이다. 우주 전체의 지도를 작성하고 은하의 분포와 우주 초기의 진화, 생명 형성에 필요한 물질의 존재 등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됐다.
스피어엑스는 천체에서 오는 빛을 102개의 파장 구간으로 나눠 관측한다. 물질마다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 빛을 분석하면 멀리 떨어진 천체의 대기에 어떤 분자가 존재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방법으로 갈색왜성 37개의 대기를 분석했다. 관측 대상의 온도는 약 영하 20도에서 영상 2,200도까지 다양했으며, 대기에서는 물(H₂O)과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탄소(CO), 메탄(CH₄)의 흔적이 확인됐다.
이들 분자는 목성과 토성 같은 거대 가스행성의 대기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갈색왜성의 대기를 연구하면 별과 행성의 경계에 있는 천체뿐 아니라 태양계 밖 거대 가스행성의 대기 환경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물과 메탄이 발견됐다고 해서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물질은 생명활동과 관계없이 자연적인 물리·화학 반응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갈색왜성마다 대기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갈색왜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식어가고, 온도가 낮아지면 대기 속 구름과 화학 성분에도 변화가 생긴다. 일부 천체에서는 구름층이 얇아지는 과정에서 메탄이 풍부한 대기의 특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기존 이론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이 관측 자료를 대기 모델과 비교한 결과, 전반적인 화학적 변화는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었지만 구름의 특성이 달라지는 구간에서는 실제 관측과 차이가 나타났다.
온도가 비슷한 갈색왜성에서도 서로 다른 빛의 스펙트럼이 관측됐다. 대기의 상태가 단순히 온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름의 형성과 소멸, 대기 순환, 화학반응 등 여러 조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자세히 분석하면 갈색왜성의 대기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식어가는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관측 대상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나 스피처 우주망원경 등을 활용해 개별 갈색왜성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연구가 주로 이뤄졌다. 반면 스피어엑스는 넓은 하늘을 반복적으로 관측하면서 많은 천체의 분광 자료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NASA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번에 분석한 37개 외에도 수천 개의 갈색왜성 관측 자료를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산하 IPAC의 J. 데이비 커크패트릭(J. Davy Kirkpatrick) 연구원도 현재 수천 개의 추가 관측 대상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측 자료가 충분히 쌓이면 갈색왜성의 온도와 나이, 대기 성분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폭넓게 비교할 수 있다. 특정 천체에서 발견된 현상이 일반적인 특징인지, 아니면 개별적인 환경에서 나타난 예외적인 현상인지도 더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구는 태양계 밖 행성의 대기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갈색왜성과 거대 가스행성은 서로 다른 천체이지만 대기의 화학 성분과 구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우주를 떠도는 갈색왜성은 겉으로 보기에는 빛을 잃어가는 천체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기에서는 온도에 따라 구름이 생기고 사라지며 다양한 분자가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NASA의 이번 관측은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갈색왜성의 대기 속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천체의 관측 결과가 축적되면 별과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그리고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대기 환경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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