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설탕 원료이자 바이오에너지 작물인 사탕수수의 당(糖) 축적 메커니즘이 처음으로 유전학적으로 규명됐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복잡한 사탕수수 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완전 해독해 높은 당 함량을 결정하는 핵심 유전자와 유전적 구조를 밝혀냈다. 이번 성과는 생산성이 뛰어난 신품종 개발은 물론 기후변화에 강한 차세대 바이오에너지 작물 육성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6월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배수체 유전체학 프레임워크 내에서 사탕수수 형질의 유전적 구조(Genetic architecture of sugarcane traits in a polyploid genomics framework)'를 발표하고, 사탕수수 대표 품종인 POJ2878의 유전체를 완전한 염색체 수준에서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사탕수수가 많은 양의 자당(sucrose)을 줄기에 저장하는 유전적 원리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사탕수수는 전 세계 설탕 생산량의 약 80%를 담당하는 핵심 작물이다. 그러나 일반 식물보다 10~12세트의 염색체를 가진 초다배체(polyploid) 유전체를 가지고 있어 유전자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높은 당 함량을 만드는 유전적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장거리 DNA 정보를 연결하는 Pore-C 기반 유전체 조립 기술을 활용해 118개의 염색체를 모두 구분한 완전한 유전체 지도를 구축했다. 분석 결과 사탕수수 유전체에서는 서로 다른 아유전체(subgenome) 간 유전자 재조합과 비상동 염색체 재배열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으며, 이러한 구조가 높은 생산성과 적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자당 축적량을 크게 높이는 SUS2 유전자형(haplotype)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는 줄기 조직에서 자당 합성과 저장 효율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981개 사탕수수 계통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한 결과, POJ2878이 현대 상업용 품종 대부분의 유전적 기반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연구에서는 기후 적응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유전자도 함께 규명됐다. CBL1은 저온 스트레스 저항성에, TIP1은 저장조직 세포 크기 조절에, TB1은 줄기 분얼(tillering)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전자는 품종 개량 과정에서 자연선택과 인위적 육종을 통해 집중적으로 선택된 유전자들이다.
연구진은 초다배체 식물에 맞는 새로운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기법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줄기 유조직(parenchyma)의 세포 크기와 자당 저장 능력을 결정하는 유전자 위치를 찾아냈으며, SUT2라는 당 수송 유전자가 실제로 당 축적에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사탕수수가 줄기 내부에 대량의 설탕을 저장하는 생물학적 원리를 직접 설명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사탕수수뿐 아니라 밀과 감자 등 유전체가 복잡한 다른 다배체 작물의 품종 개량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높은 당 함량과 생산성, 내한성, 환경 적응성을 동시에 갖춘 품종을 보다 빠르게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사탕수수의 생체량 생산성과 당 수확량을 결정하는 유전적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한 사례"라며 "세계 식량안보와 바이오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차세대 품종 개발의 유전체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BEST 뉴스
-
NASA 과학자 델리아 산티아고-마테레세, 지구 생물 연구에서 토성 위성 타이탄까지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프로그램 과학자 델리아 산티아고-마테레세(Delia Santiago-Materese). [사진=NASA Science X / NASA·Noelia González] 지구의 생물에서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으로, 다시 화성의 대기를 거쳐 토성의 위성 타이탄까지. 서로 멀어 보이는 연구 분야를 하나의 ... -
탄소와 탄소를 연결하는 기술…스즈키 반응이 넓혀온 분자의 가능성
▲ 201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화학자 아키라 스즈키(Akira Suzuki) [사진=The Nobel Prize X] 서로 떨어져 있는 탄소 원자를 연결해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이 있다. 바로 ‘스즈키 반응(Suzuki reaction)’이다. 다양한 유기화합물... -
뉴런은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할까… AI 영상으로 다시 주목받은 ‘신경가소성’
▲ 뉴런이 작은 가지를 뻗어 주변을 탐색하고 다른 뉴런과 연결되며, 이렇게 형성된 시냅스(synapse)를 통해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AI 영상 캡쳐 [사진=Sci Nature News X] 신경세포가 가느다란 가지를 뻗어 주변을 탐색하고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 -
50년 전 화성에 내려앉은 바이킹 2호…붉은 행성의 풍경을 전하다
▲ 바이킹 2호의 화성 착륙 50주년을 맞아 1976년 촬영된 첫 컬러 이미지 [사진=NASA History Office X] 붉은 흙 위로 크고 작은 돌이 끝없이 흩어져 있다. 그 너머로 이어지는 지평선 위에는 옅은 분홍빛 하늘이 펼쳐진다. 지금은 여러 화성 탐사선이 고해상도 사진을 보내오고 있지만, ... -
유럽 민간 로켓, 유럽 대륙서 첫 궤도 진입… 우주 독립 한 걸음 더
▲ 독일 우주기업 이사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가 개발한 로켓 ‘스펙트럼(Spectrum)’이 노르웨이에서 발사돼 우주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x] 유럽 민간 우주산업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독일 우주기업 이사르 에어로스페이스(I... -
AI 시대 개발협력 방향은…서울 ODA 국제회의서 ‘포용적 AI’ 해법 논의
▲ 외교부와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18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AI’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제19회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 랜드리 시녜(Landry Signé) 썬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국제협력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