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등에 업고 역대 최고 수준의 분기 실적을 거뒀다. 반도체 부문 특별성과급 충당금을 제외하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89조4천억 원이다. 다만 이 실적에는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지급을 위해 설정한 약 17조 원 규모의 충당금이 반영돼 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협상에 합의했다. 여기에 협상 기간 동안 반영되지 않았던 1분기 성과급 약 6조 원과 2분기 성과급 약 11조 원이 함께 포함되면서 이번 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계상됐다.
이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의 실제 2분기 영업이익은 약 106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역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성과급을 반영한 89조4천억 원 역시 최근 3년(2023~2025년) 동안 기록한 연간 영업이익을 모두 합한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실적의 배경에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있다. 세계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80~85% 올랐고, 2분기에도 약 50% 추가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분기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가 전 분기보다 60% 이상 성장한 약 3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기업 중 하나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공급 부족 국면에서 생산 확대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성과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인 HBM4 양산을 시작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관련 매출이 1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최근에는 12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HBM4는 엔비디아가 하반기 출시할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에 적용될 예정이어서 향후 실적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차세대 제품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 데 이어 최근 내부 설명회를 통해 신뢰성 테스트 수율이 70% 이상까지 향상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수율이 80%를 넘어서면 양산 안정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는 만큼 상용화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AI 메모리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약 3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경우 내년에는 500조 원대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늘어난 수익을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6기의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평택캠퍼스 P5 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호남권에도 약 400조 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용인과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투자 규모는 약 1천650조 원, 호남권 투자까지 합하면 총 2천50조 원에 달한다.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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