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 시장의 주도권이 빠르게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구축한 라이브 커머스와 소셜 커머스 생태계가 세계 소비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여전히 '신흥 채널' 정도로 인식하는 서구 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소비자 인텔리전스 기업 NIQ(Global Intelligence plc)가 발표한 '더 커머스 레볼루션(The Commerce Revolution): Where East Meets West'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9,000억 달러(약 1,250조 원) 규모로 성장해 미국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단순한 새로운 판매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 행동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구매하는 방식은 중국에서 이미 일상적인 쇼핑 문화로 정착했으며,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유통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현재 **전 세계 이커머스 매출의 약 55%**를 차지하며 세계 온라인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소셜 커머스 시장은 현재 약 5,000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30년에는 1조8,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서구 시장은 아직 이러한 소비 패턴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북미 소비자의 68%, 유럽 소비자의 67%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없으며, 약 3분의 2는 퀵커머스(초고속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적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소비자의 59%가 이미 소셜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퀵커머스 역시 아시아에서 빠르게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에서는 생필품(FMCG) 온라인 판매의 약 80%가 퀵커머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은 전국적으로 약 1만 개의 다크스토어(Dark Store)를 운영하면서 30분 이내 배송 서비스를 대규모로 구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류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 경험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이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양에서는 AI가 소비자 맞춤형 상품 추천과 라이브 쇼핑 경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서양에서는 가격 최적화와 광고 타기팅, 성과 측정 등에 활용되면서 양측의 유통 혁신을 동시에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기업과 유통기업의 경쟁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처럼 판매 채널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광고, 유통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연결해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커머스 오케스트레이션(Commerce Orchestration)'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NIQ는 서구 기업들이 라이브 커머스와 소셜 커머스, 퀵커머스를 여전히 실험적인 마케팅 채널로만 바라볼 경우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에밀리 다롤 NIQ 서유럽 사장은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서양 유통업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미래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라며 "라이브 쇼핑과 소셜 커머스, 즉시 배송은 더 이상 새로운 실험이 아니라 아시아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쇼핑 방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10년간 시장을 선도할 브랜드는 동양의 변화를 미래 전략의 로드맵으로 받아들이고, 기회가 열려 있는 지금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통 산업의 경쟁력이 오프라인 매장 확대나 단순한 온라인 판매를 넘어, 콘텐츠와 AI, 실시간 소통, 초고속 물류가 결합된 새로운 커머스 생태계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이 선도한 라이브 커머스 혁신은 이제 특정 국가의 성공 사례를 넘어 세계 유통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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