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세기 네덜란드 일상을 담은 베르메르 대표작으로 빛과 색채로 정적인 순간 포착
- 엑스레이·첨단 스캔 조사 통해 밑그림에서 사라진 ‘주전자 선반·불바구니’도 확인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1632~1675)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우유 따르는 여인(The Milkmaid)’이 22일(현지시간)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X 계정 ‘The Masterpieces Archive’를 통해 다시 소개됐다.
게시물은 작품 이미지와 함께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The Milkmaid by Johannes Vermeer,1660)’라는 설명을 달았다.
‘우유 따르는 여인’은 베르메르가 1660년 무렵 제작한 유화로,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이 소장하고 있다. 가로 41㎝, 세로 45.5㎝의 비교적 작은 작품이다.
그림 속에는 한 여성이 테이블 앞에 서서 항아리에 담긴 우유를 그릇으로 따르는 모습이 담겼다. 테이블 위에는 빵과 바구니, 도자기 등이 놓여 있고 왼쪽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여성과 주변 사물을 비춘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한 장면이지만 베르메르는 인물과 사물, 빛을 세밀하게 배치해 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은 작품에서 “우유 줄기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
특히 빛의 표현은 이 작품의 특징으로 꼽힌다. 창문에서 들어온 빛은 여성의 얼굴과 옷뿐 아니라 빵과 바구니, 도자기 표면에 닿는다. 베르메르는 밝은 색의 작은 점들을 이용해 빛이 사물 표면에 반사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빵과 바구니에서는 수백 개에 이르는 작은 빛의 점이 관찰된다.
노란색 상의와 선명한 파란색 앞치마 역시 화면의 중심을 이루면서 흰 벽과 대비된다. 인물을 비교적 낮은 시점에서 바라보도록 구성해 일상적인 일을 하는 여성이 화면에서 단단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갖도록 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이 무엇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연구 대상이 됐다. 국립미술관은 테이블 위에 놓인 많은 빵 조각 등을 근거로 여성이 마른 빵을 우유에 불려 만드는 일종의 빵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과학적 조사에서는 완성된 그림에서 볼 수 없는 베르메르의 초기 구상도 확인됐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연구진은 매크로 X선 형광분석(Macro-XRF)과 적외선 영상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작품의 물감층 아래를 조사했다.
그 결과 현재 비어 있는 여성 뒤쪽 벽에는 당초 여러 개의 주전자를 걸어놓는 선반이 그려져 있었으며, 그림 오른쪽 아래에는 커다란 불바구니가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르메르는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 두 요소를 덮어버렸다. 대신 오른쪽 아래에 델프트 타일과 작은 발난로를 남겼다. 배경의 사물을 줄이면서 여성과 우유를 따르는 행동에 시선이 집중되는 현재의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여성의 왼팔 아래에서 빠르게 그은 검은색 물감의 흔적도 발견했다. 이는 베르메르가 처음부터 모든 세부를 정교하게 완성해 나갔다기보다 먼저 밝고 어두운 부분을 비교적 빠르게 구성한 뒤 세부 묘사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우유 따르는 여인’은 1908년 렘브란트협회의 지원을 받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이 구입했으며 현재까지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화려한 역사적 사건이나 상류층 인물이 아닌 우유를 따르는 하녀의 평범한 노동을 화면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베르메르는 움직임을 최소화한 공간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노란색과 파란색의 대비를 통해 17세기 네덜란드의 일상적인 순간을 하나의 독립된 회화적 장면으로 남겼다.
BEST 뉴스
-
해군제독의 국토기행2] 승평에서 승주목으로, 순천이 전남 동부의 중심이 되다
▲ 순천 옛 모습, (출처, 순천시 제공) 필자가 나온 모교 교가에 “승평(昇平)은 정든 내 고장”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것처럼, 승평은 순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승평은 통일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처음 나타난다. 승평은 글자 그대로 나... -
매창의 시, 서울과 부안을 잇다… 연극 〈매창의 비가〉 무대에
배꽃 흩날리던 날의 이별을 노래한 매창의 시가 무대로 옮겨진다. 조선의 시인 매창과 유희경의 사랑, 허균과의 문학적 교유를 그린 연극 〈매창의 비가〉가 서울과 부안에서 관객을 만난다. 두 지역에 남아 있는 문인들의 인연을 공연으로 연결하는 문화교류 무대다. 마들극단이 주... -
계간 『푸른사상』 2026년 가을호(통권 57호), 특집 ‘신경림 시 읽기’ 출간
“작은 점 하나가 한 생애라면, 그 점을 지우는 일은 하나의 우주를 지우는 일이다.” 고명철·김정배·이은봉 등 11인의 필진, 신경림 문학의 현재적 의미 다각도 조명 나태주·조미희 신작 시 및 황석영 집중 조명, 박인환 탄생 100주년 평화 담론까지 풍성한 지면... -
총성이 지운 삶, 예술은 무엇을 되살릴 수 있나
국제평화예술프로젝트 제공 전쟁을 설명하는 언어에는 숫자가 많다. 사망자와 부상자, 피란민의 수, 무너진 건물과 복구 비용이 참상을 전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다 말할 수 없는 삶이 있다.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저녁, 주인을 잃은 식탁, 아이가 끝내 돌아가지 ... -
히말라야를 물들인 푸른 꽃…신비로운 색감의 ‘블루포피’
▲ 푸른빛의 꽃잎에 노란 수술이 어우러진 블루포피(Blue poppy) 모습. [사진=Nature Pathway X] 깊고 선명한 푸른빛의 꽃잎에 노란 수술이 어우러진 블루포피(Blue poppy)가 눈길을 끈다. 흔히 히말라야의 고산지대에서 만날 수 있는 꽃으로 알려진 이 식물은 독특한 ... -
붉은 강물이 흐르는 콜롬비아의 비경… ‘다섯 빛깔의 강’ 카뇨 크리스탈레스
▲ 시에라 데 라 마카레나(Sierra de la Macarena) 국립자연공원에 자리한 카뇨 크리스탈레스(Caño Cristales)[사진=colombia.travel 홈페이지 캡쳐] 콜롬비아의 울창한 자연 속에는 물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색채 풍경으로 변하는 강이 있다. 시에라 데 라 마카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