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개 작가·공방 참여, 30여 점의 빛조각·미디어아트 전시, 생명·평화·미래의 메시지 전달
- 산불 피해 소나무부터 자연과 도시의 공존까지, 일상 속 공공미술로 지속가능한 미래 조명
서울 노원구 당현천이 생명과 평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소망을 담은 빛의 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산책길을 따라 펼쳐진 빛조각과 미디어아트 작품들은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하는 동시에 기후위기와 자연의 회복, 인간과 사회의 공존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노원문화재단(이사장 강원재)이 주최하는 ‘2026 노원달빛산책’이 오는 8일까지 서울 노원구 당현천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 10월 16일 개막한 올해 축제는 ‘새로운 달(New Moon, New Wishes)’을 주제로 생명과 평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다양한 공공미술 작품에 담아냈다.
올해로 7년 차를 맞은 노원달빛산책은 당현천 약 1.3km 구간에서 펼쳐지는 야외 빛조각 축제다. 올해는 24개 팀의 작가와 공방이 참여해 빛조각과 한지등(燈),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시민 참여형 예술작품 등 3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뭇 생명을 위한 기도’, ‘평화와 공존을 위한 바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바람’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기후위기 속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고, 갈등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상상하도록 기획됐다.
특히 올해 축제는 화려한 조명 연출이나 전시 규모의 확대보다 작품이 전달하는 예술적 메시지에 무게를 뒀다. 자연환경과 도시의 관계, 생명의 회복력, 사회적 갈등과 연대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를 빛이라는 시각적 언어로 표현했다.
대표 제작 공방인 전영일공방(전 스튜디오)은 ‘도시와 달빛’, ‘기린’,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등 세 작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도시와 달빛’은 노원의 상징적인 자연경관인 불암산의 형상 안에 아파트와 빌딩을 배치한 작품이다. 자연과 도시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하는 관계임을 표현했다.
‘기린(Qilin)’은 동아시아 전통문화에서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을 빛조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전쟁과 갈등이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는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분리돼 보이던 구조물이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서로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해와 소통을 통해 공동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회복을 다룬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김진우 작가의 ‘무중력’은 2025년 경북 의성 산불 피해 지역의 소나무와 당현천의 공기 질을 감지하는 센서를 결합한 작품이다. 산불로 상처 입은 자연의 흔적을 예술적 소재로 활용하고, 주변 환경의 변화를 빛으로 표현해 자연의 상처와 회복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이길래 작가의 ‘삼지송 2015-1’은 수많은 동파이프 조각을 연결해 소나무의 형상을 구현했다. 금속이라는 인공적인 재료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한 작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엄혁용 작가의 ‘책 속에 품은 달’은 책과 종이, 나무와 사람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질과 자연의 순환적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전통문화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창겸 작가의 미디어아트 ‘시공의 단청’은 한국 전통 건축의 장식 문양인 단청을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장세일 작가의 ‘STANDARD ANIMAL’은 동물의 형상을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비추며 인간과 동물, 사회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이 밖에도 김유석 작가의 ‘속삭이는 빛(Whispering Lights)’ 등 다양한 작품이 당현천의 야간 풍경과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올해 축제에서는 기존 우수 작품을 재구성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일회성 전시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활용 가능성을 넓히려는 시도로, 공공예술축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커뮤니티 아트와 달빛해설사 프로그램, 주말 공연 등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예술가의 생각과 작품에 담긴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다.
노원달빛산책은 별도의 전시관이 아닌 시민들이 평소 이용하는 하천 산책로에서 열린다는 점에서도 특징적이다. 누구나 일상적인 산책을 통해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공공공간을 활용해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혔다.
강원재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올해 노원달빛산책은 빛조각 본연의 예술적 가치에 집중하면서 생명과 평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소망을 작품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새로운 달빛 아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과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6 노원달빛산책’은 11월 8일 일요일까지 당현천 일원에서 진행되며, 관람 시간은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노원문화재단과 노원달빛산책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빛으로 꾸며진 하천 산책길은 단순한 야간 관광 공간을 넘어 생명과 평화, 환경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는 공공예술의 장이 되고 있다. 올해 노원달빛산책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고, 작품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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