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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떻게 사람을 연결하는가… 마렌 하싱어 회고전이 던지는 질문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6.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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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여성 예술가 마렌 하싱어(Maren Hassinger) [사진=Maren Hassinger 인스타그램 캡쳐]

 

오늘날 세계는 갈수록 빠르게 연결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시대에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열리고 있는 흑인 여성 예술가 마렌 하싱어(Maren Hassinger)의 대규모 회고전은 예술이 인간과 인간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버클리 아트 뮤지엄 앤드 퍼시픽 필름 아카이브(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BAMPFA)는 현재 하싱어의 50여 년 예술 인생을 조명하는 회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각과 퍼포먼스,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작가가 평생 탐구해 온 공동체와 연대, 인간관계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194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하싱어는 화려하거나 값비싼 재료 대신 철사 로프와 신문지, 비닐봉지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가 선택한 재료들은 평범하고 쉽게 버려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사회의 관계망과 공동체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왔다.


특히 하싱어의 작품 세계는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된다. 개별적으로는 연약해 보이는 재료들이 서로 얽히고 묶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구조를 만들어내듯, 사람들 또한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사회를 형성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예술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들을 이어주는 사회적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도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작품 제작 과정에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공동의 노동을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경험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문다. 이는 예술가 혼자의 창작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하싱어의 철학을 반영한다.


하싱어의 작업은 흑인 여성 예술가로서의 경험과 정체성에 대한 성찰도 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특정 집단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차이와 경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연대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인종과 문화,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싱어의 예술은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예술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사회적 대화의 장이 된다.


이번 회고전은 한 예술가의 창작 여정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고, 또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사회적 질문에 가깝다. 마렌 하싱어의 작품들은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연결과 일상의 연대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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