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베스트 문 아래 펼쳐진 옥스퍼드의 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짙은 구름의 조화
- 사진가 ‘ObservingOxford’ 베키가 포착한 순간, 익숙한 도시가 작품으로 변한 시간
해가 지고 사람들이 하나둘 거리를 떠난 뒤, 영국 옥스퍼드의 풍경은 낮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수백 년 된 석조 건물 위로 짙은 구름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면서 도시 전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는 28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밤의 옥스퍼드를 담은 사진을 공개하며 “어젯밤 옥스퍼드는 마법처럼 보였다(Oxford looking magical last night)”고 소개했다.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ObservingOxford’라는 이름으로 옥스퍼드의 풍경을 기록해 온 베키(Becky)이다. 옥스퍼드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사진 작업을 이어온 그는 대학의 오래된 건축물과 거리,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도시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옥스퍼드대학교 역시 그의 사진을 공식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했다.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부터 눈 덮인 대학 건물, 불이 켜진 저녁 거리까지 같은 도시가 시간과 날씨에 따라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지 그의 사진을 통해 전해왔다.
이번 사진의 주인공은 건축물이면서 동시에 하늘이다.
해가 진 뒤 짙은 푸른색으로 변한 밤하늘을 구름이 가득 메웠고, 구름 사이로 번지는 달빛이 하늘에 입체적인 결을 만들어냈다. 그 아래에는 옥스퍼드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가로등 빛을 받아 따뜻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둥근 돔과 뾰족한 첨탑,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석조 외벽은 변화무쌍한 하늘과 대비를 이룬다. 고정된 건축물 위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구름이 겹쳐지면서 익숙한 도시의 모습도 낯선 풍경으로 바뀐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오래된 건물 사이를 잇는 아치형 다리와 한적한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낮이면 학생과 시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거리지만 밤이 되자 사람 대신 빛과 그림자가 공간을 채웠다. 그 위로 펼쳐진 구름까지 더해지면서 현실의 거리라기보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이날 밤하늘을 밝힌 달은 ‘하베스트 문(Harvest Moon)’이었다. 하베스트 문은 별도의 종류의 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분점에 가장 가까운 보름달을 전통적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옥스퍼드대도 게시물에서 이 같은 의미를 설명하며 하베스트 문이 이날 밤하늘을 밝혔다고 전했다.
옥스퍼드는 대학과 도시를 뚜렷하게 나누기 어려운 곳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칼리지와 도서관, 교회와 석조 건물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좁은 골목과 거리가 그 사이를 연결한다. 수백 년 된 건축물은 그대로지만 계절과 시간, 날씨와 빛에 따라 도시는 매번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사진가 베키가 포착한 것도 바로 그 짧은 순간이다. 구름의 위치가 달라지고 달빛이 사라지면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람이 만든 건축물에 자연이 만들어낸 빛과 구름이 더해지면서 평범했던 거리가 하나의 작품으로 변했다.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만든 것도, 거리를 꾸민 것도 아니다. 그날의 하늘과 달빛, 구름이 잠시 옥스퍼드를 다른 모습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때로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공간 위로 우연히 찾아온 자연의 한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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