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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국왕과 영국 왕실, 전쟁 희생자 추모식 참석…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 울려 퍼진 평화의 메시지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11.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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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왕실, 11월 7일 ‘2026 추모 페스티벌’ 참석, 참전용사와 전쟁 희생자들의 헌신과 희생 기려
  • 찰스 3세 국왕·커밀라 왕비·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 왕실 주요 인사 한자리에, 붉은 양귀비꽃으로 추모의 뜻 전해
  • 걸프전 종전 35주년·이라크 군사작전 종료 15주년 맞아 전쟁의 기억 되새겨, 보스니아 평화유지 활동도 조명
  • 음악과 참전용사들의 증언으로 이어진 추모 행사,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평화의 가치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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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비롯한 영국 왕실 주요 인사들은 11월 7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2026 영국 왕립재향군인회 추모 페스티벌(Royal British Legion Festival of Remembrance)'에 참석했다. [사진=The Royal Family X]

 

전쟁이 끝나고 세월이 흘러도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던 마음과 함께 전장을 지켰던 동료의 얼굴, 먼 고향으로 보냈던 편지에는 전쟁이 남긴 아픔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Royal Albert Hall)이 이러한 기억을 함께 나누고 전쟁 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추모의 공간으로 채워졌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비롯한 영국 왕실 주요 인사들은 11월 7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2026 영국 왕립재향군인회 추모 페스티벌(Royal British Legion Festival of Remembrance)'에 참석했다.


영국 왕실 공식 계정 'The Royal Family'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국왕과 왕비, 왕실 가족들이 연례 추모 행사에 참석한 소식을 전하며, 이번 특별 기념공연이 전쟁과 무력충돌로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재향군인회(Royal British Legion)가 주관하는 추모 페스티벌은 매년 11월 열리는 대표적인 국가 추모행사 가운데 하나다. 현역 군인과 참전용사,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전쟁의 희생을 기억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자리다.


올해 행사에는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을 비롯해 앤 공주와 남편 티머시 로런스 경, 에든버러 공작 부부, 글로스터 공작 부부 등 왕실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영국 ITV와 PA통신 등에 따르면 국왕과 왕비가 트럼펫 연주에 맞춰 행사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을 맞이했다. 왕실 가족들은 전용석에 자리해 참전용사들의 이야기와 기념공연을 지켜보며 추모의 시간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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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양귀비꽃이 행사 참여 군인들의 머리위로 뿌려지고 있다. [사진=The Royal Family X]

 

붉은 양귀비꽃에 담긴 의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영국의 전통


이날 왕실 가족들의 가슴에는 붉은 양귀비꽃이 달려 있었다. 영국에서 양귀비꽃은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고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상징으로 널리 사용된다.


이러한 전통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의 전장에서 시작됐다. 포탄과 참호로 황폐해진 땅에 붉은 양귀비꽃이 피어나면서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이어지는 생명과 기억을 상징하게 됐다.


캐나다 군의관이자 시인인 존 매크레이(John McCrae)가 1915년 발표한 시 '플랑드르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s)'는 양귀비꽃이 전쟁 희생자를 기억하는 상징으로 확산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후 영국에서는 해마다 11월이 되면 많은 시민이 붉은 양귀비꽃을 가슴에 달고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왕실과 정부 관계자, 군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 전통에 참여하며 기억의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캐서린 왕세자빈은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의상에 아일랜드 근위연대의 휘장과 붉은 양귀비꽃을 착용했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용했던 귀걸이도 함께 착용해 왕실의 오랜 추모 전통을 되새겼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 역시 단정한 복장으로 행사에 참석했으며, 왕실 가족들은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걸프전 35주년과 이라크 작전 종료 15주년… 현대 전쟁의 상처를 돌아보다


2026년 추모 페스티벌에서는 두 차례 세계대전뿐 아니라 현대의 전쟁과 군사작전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영국 왕립재향군인회에 따르면 올해 행사는 1991년 걸프전 종전 35주년과 영국의 이라크 군사작전인 '텔릭 작전(Operation TELIC)' 종료 15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의 경험과 희생을 조명했다.


걸프전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시작됐다. 영국은 '그랜비 작전(Operation GRANBY)'이라는 이름으로 다국적군에 참여했으며, 당시 5만 명 이상의 영국 군인이 작전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영국군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행사에서는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이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함께 복무했던 동료들을 추모했다.


2003년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도 영국군은 미국 주도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영국의 텔릭 작전은 2011년 종료됐으며, 이 작전과 관련해 영국군 179명이 사망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라크에 파병됐던 군인들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소개됐다. 전쟁터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마음이 편지 속에 담겨 있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수행된 국제 평화지원 활동도 추모의 대상이 됐다. 당시 작전에 참여한 영국군 59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생존 참전용사들은 분쟁 지역에서 경험한 고통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의미를 되돌아봤다.


이처럼 올해 행사는 전쟁의 역사를 군사작전이나 통계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데 의미를 뒀다.


음악과 참전용사들의 증언… 로열 앨버트홀을 채운 추모의 시간


추모 페스티벌은 군악대의 연주와 성악 공연, 참전용사들의 증언이 어우러진 특별한 기념행사로 진행됐다. 영국 ITV에 따르면 붉은 제복을 입은 첼시 왕립병원 퇴역군인들(Chelsea Pensioners)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관객들은 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첼시 왕립병원은 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의 퇴역군인 거주시설로, 이곳의 퇴역군인들은 붉은 제복과 함께 영국의 군 복무 전통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찰스 3세 국왕과 왕실 가족들도 참전용사들의 입장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이어 현역 군인과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소개되면서 행사장은 감사와 추모의 분위기로 이어졌다.


기념공연에는 영국의 성악가 알피 보(Alfie Boe)와 가수 미카 패리스(Mica Paris) 등이 참여해 음악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공연 사이에는 참전용사들의 경험과 유가족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전쟁의 기억은 때로 한 통의 편지로, 때로는 오래전 함께했던 동료를 떠올리는 이야기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는 '기억의 장소(Places of Remembrance)'라는 주제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소중한 이들을 기억하는 다양한 공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국가 추모시설이나 전쟁기념비뿐 아니라 정원과 거리, 축구장 등 평범한 장소에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전쟁의 기억이 역사책 속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과 이웃, 지역 공동체의 삶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11월 11일 휴전기념일… 영국이 전쟁 희생자를 기억하는 방식


영국의 추모 전통은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 독일과 연합국 사이의 휴전협정이 발효되면서 서부전선의 전투가 중단됐다. 이후 영국에서는 매년 11월 11일을 '휴전기념일(Armistice Day)'로 기념하며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11월 11일과 가장 가까운 일요일을 '추모 일요일(Remembrance Sunday)'로 정해 국가 차원의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2026년 추모일은 11월 8일이다. 이날 런던 화이트홀에 위치한 전쟁기념비 세노타프(Cenotaph)에서는 국왕과 왕실 가족, 정부 관계자, 군 관계자, 참전용사 등이 참석하는 국가 추모식이 열린다. 참석자들은 오전 11시에 2분간 묵념하고 전쟁기념비에 추모 화환을 바치며 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찰스 3세 국왕은 2024년 영국 왕립재향군인회의 후원자가 됐으며, 왕실은 이러한 추모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국가적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로열 앨버트홀의 추모 페스티벌이 음악과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기억을 나누는 자리라면, 세노타프의 국가 추모식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공식적으로 경의를 표하는 엄숙한 의식이다.


두 행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그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공통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전쟁의 기억을 넘어 평화의 가치로… 다음 세대에 전하는 메시지


영국 왕실이 매년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국가적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전쟁의 희생과 평화의 가치를 사회와 함께 되새기는 의미를 지닌다.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비롯한 여러 전쟁과 군사작전을 경험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의 삶에는 오랜 시간 상실의 기억과 고통이 남았다.


영국 왕립재향군인회는 이러한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을 지원하면서 그들의 희생이 잊히지 않도록 다양한 기념사업과 추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 참전용사들의 증언과 가족에게 보낸 편지, 개인적인 기억의 장소를 조명한 것도 전쟁을 사람들의 삶과 연결해 이해하려는 노력의 하나다.


전쟁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은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무력충돌이 개인과 가족, 공동체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이해하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평화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전쟁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모의 의미는 더욱 깊게 다가온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참전용사들의 증언과 유가족들의 이야기가 역사를 이해하는 소중한 통로가 된다. 기록 속에 남은 전쟁을 실제 사람들의 삶과 연결해 바라볼 때 평화의 가치도 더욱 분명해질 수 있다.


11월 7일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추모 페스티벌은 영국 왕실과 참전용사, 유가족, 시민들이 함께 전쟁의 기억을 나누고 희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붉은 양귀비꽃이 가슴마다 피어났고, 음악과 박수 속에는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향한 그리움과 존경이 담겼다. 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잊지 말아야 할 기억으로 전해졌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억을 함께 나누고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더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영국 왕실과 시민들이 함께한 이번 추모 행사는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동시에 다음 세대에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전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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