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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돋보기] 미국 '블루 쓰나미'에 환호한 캐나다…트럼프의 관세 압박과 '호수 개명'이 남긴 상처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11.0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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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의 미 의회 탈환에 캐나다 정치권·시민들 환영…트럼프 일방주의에 제동 기대
  •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부터 온타리오호 '레이크 아메리카' 개명까지, 경제 갈등이 주권 논란으로 확산
  • 카니 정부는 신중한 대응 유지, 관세 완화 기대 속 미국에 대한 신뢰 회복은 여전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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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탈환하자 국경을 맞댄 캐나다에서도 반가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와 반복적인 주권 관련 발언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그의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의회를 선택했다는 점이 캐나다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캐나다 통신사 더 캐나디언 프레스(The Canadian Press)는 11월 5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캐나다인들이 기쁨을 나타내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승리가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지난 2년 가까이 이어진 갈등이 선거 한 번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인식도 확인됐다.


캐나다가 이번 선거에 주목한 배경에는 단순한 정치적 선호를 넘어선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을 압박해 왔다. 여기에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는 발언과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레이크 아메리카(Lake America)'로 바꾸려는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은 무역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주권의 문제로 확대됐다.


이번 선거는 캐나다에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조정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정부는 민주당의 승리를 환영하는 분위기와 별개로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교역 상대국을 다변화한다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거리에서 재주넘기를 했다"…온타리오 주총리의 환호


캐나다 정치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선거 결과를 반긴 인물은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다.


포드 총리는 민주당의 승리가 확인되자 거리에서 재주넘기를 할 만큼 기뻤다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 유권자들이 생활비와 휘발유 가격, 이란 전쟁, 관세 문제에 대해 분명한 의사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캐나다에 부과한 관세가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세금과 같은 부담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미국 기업의 생산비와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포드 총리가 이처럼 강한 반응을 보인 데에는 온타리오주의 경제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캐나다 최대 인구 지역인 온타리오주는 자동차와 부품, 철강 등 제조업이 집중된 곳으로 미국 시장과 밀접한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품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갈 만큼 양국의 제조업은 서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관세는 캐나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 산업의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포드 총리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관세 철폐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도 무역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전히 상당한 권한이 남아 있고 추가 관세 위협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새로 선출된 미국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시작하면 연방의회 의원과 주지사들을 직접 만나 양국 무역관계의 중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관세에서 주권 문제로…캐나다인들의 감정을 건드린 '51번째 주' 발언


캐나다가 트럼프 행정부에 강한 반감을 갖게 된 이유는 관세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캐나다 정부와 국민은 이를 단순한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립국가인 캐나다의 주권을 가볍게 취급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양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국제 국경을 공유하며 오랫동안 긴밀한 경제·안보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이를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통해 경제적 상호의존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영토 관련 발언은 이러한 관계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캐나다 국민에게 미국은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중요한 안보 협력국이지만, 동시에 자국의 경제와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대국이다.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국가적 지위에 관한 발언을 반복하면서 양국 관계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산 제품 불매와 미국 여행 자제 등 시민들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일부 캐나다인은 미국 대신 유럽 등 다른 지역을 여행하고 자국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이는 외교 갈등이 정부 간 협상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시민들의 소비와 여행, 상대국에 대한 인식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타리오호를 '레이크 아메리카'로…호수 이름이 외교 갈등의 상징이 되다


양국 관계의 악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온타리오호의 명칭 변경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격화하자 온타리오호를 '레이크 아메리카'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8월 27일 미국 연방정부가 해당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온타리오호는 미국 뉴욕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사이에 있는 오대호의 하나로, 양국이 공유하는 중요한 수자원이자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소다.


캐나다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양국이 공유하는 호수의 이름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카니 총리는 온타리오호라는 명칭이 400년 이상 이어져 왔으며 원주민인 웬다트(Wendat)족의 언어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호수의 이름이 과거에도 온타리오호였고 현재도, 앞으로도 온타리오호로 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온타리오주의 포드 총리는 8월 29일 그림즈비의 호숫가에 'Lake Ontario. Now and Always(온타리오호, 지금도 앞으로도)'라는 대형 표지판을 설치하며 대응했다.


원주민 사회의 반발도 이어졌다. 웬다트족의 피에르 피카르 최고지도자는 호수의 명칭 변경이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지우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온타리오호라는 이름은 캐나다와 미국이 국가로 성립하기 이전부터 사용돼 왔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 연방기관의 지명 표기 방식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캐나다 정부나 국민에게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결국 호수의 이름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지리적 명칭 문제가 아니라 강대국의 일방적인 결정과 이웃 국가의 주권, 원주민 문화유산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대됐다.


"기쁘지만 미국 여행은 아직"…캐나다 시민들의 복잡한 심경


미국 중간선거 이후 캐나다 시민들의 반응에서는 안도감과 경계심이 동시에 나타났다.


더 캐나디언 프레스가 토론토에서 만난 시민 줄리 테일러는 민주당의 승리를 크게 반기면서도 당장 미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자국 경제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미국 여행을 중단했다는 블레어 코일은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양국 관계가 완화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올해 미국 대신 유럽을 세 차례 방문했다고 설명하며, 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미국 여행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반면 우베 리히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적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를 가능한 한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에 발생한 신뢰의 손상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반응은 캐나다 시민들이 미국의 정치적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를 곧바로 미국에 대한 신뢰 회복과 연결하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소비와 여행을 통한 불매 움직임은 정부의 공식적인 무역정책과 별개로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식이다. 외교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이미 달라진 소비 습관과 국가에 대한 인식이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 캐나다 관세를 없앨 수 있을까


캐나다가 민주당의 승리에 기대를 거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미국 의회의 권한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외국과의 무역을 규제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의회는 여러 법률을 통해 대통령에게 특정 조건에서 관세를 부과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법적 권한을 활용해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관세정책에 대한 청문회와 조사를 확대하고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할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의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선거 이후 캐나다에 대한 고율 관세를 끝내기 위해 의회가 가능한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캐나다와의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관계를 회복하는 문제를 새 의회의 주요 의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세 철폐가 곧바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를 무효화하려면 상원과 하원 각각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든 관세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 내 산업 보호와 노동자 일자리 문제에서는 민주당 역시 보호무역적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캐나다 글로벌뉴스(Global News)가 인터뷰한 궬프대학교의 줄리 시먼스 교수는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더라도 관세정책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캐나다로서는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만 기대기보다 관세 완화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니 정부는 왜 신중한가…미국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 계속


캐나다 연방정부의 공식 반응은 시민들과 일부 주정부 지도자들의 환호에 비해 차분하다.


카니 총리 정부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캐나다의 무역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미국 무역 담당 장관은 11월 4일 민주당의 승리가 주목할 만한 정치적 변화이지만, 캐나다 정부는 기존의 경제적 우선순위와 무역 협상 전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과의 협상이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의회가 출범하는 2027년 1월까지는 현재의 의회 구성이 유지되며 대통령의 관세 관련 권한도 사라지지 않는다.


카니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무역 협상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 측이 일부 요구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은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지속하면서 중국과 인도, 유럽 등 다른 시장과의 경제적 관계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 캐나다 경제가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도록 무역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캐나다의 자동차와 에너지, 제조업 공급망은 미국 경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 미국 시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수출시장과 투자 협력 대상을 넓히는 것은 향후 협상에서 캐나다의 선택지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오랜 동맹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캐나다에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제공했지만,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보장하는 결과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관세정책은 캐나다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불확실성을 안겼고, 51번째 주 발언과 온타리오호 명칭 변경은 캐나다 국민의 국가적 자존심과 주권 의식을 자극했다.


캐나다가 민주당의 승리를 반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미국에서 특정 정당이 승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미국 행정부가 추진한 일방적인 정책에 대해 의회가 보다 적극적인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나다 사회가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한 또 다른 현실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떨어질 수 없고 경제적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에너지와 자동차, 농산물,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협력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동시에 캐나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주권과 경제적 자율성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새 의회에서 관세 문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다룰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협상할지, 그리고 캐나다 정부가 무역 다변화 전략을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할지가 향후 양국 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캐나다가 반긴 것은 단순한 공화당의 패배가 아니다. 일방적인 관세 압박과 주권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 새로운 견제와 협상의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다만 캐나다인들의 반응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정치적 변화에 대한 기대와 이웃 국가에 대한 신뢰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미국과 캐나다의 협력관계가 다시 안정되기 위해서는 선거 결과 이상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와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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