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 Women, 식량불안의 성별 격차 경고, 2024년 성인 여성 8억2230만 명 식량불안 경험
- 생산된 식량은 유통·소비 과정에서 대량 손실, 여성 농업인의 생산 여건 개선도 과제로
2030년에도 전 세계 여성과 소녀 약 11억 명이 충분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구가 여전히 많은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막대한 양의 식품이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고 있어 식량시스템의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여성기구(UN Women)는 29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2030년까지 11억 명의 여성과 소녀가 식량불안(food insecurity)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업 생산성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를 줄이고,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식품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식량 손실과 폐기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식량 손실 및 폐기 인식의 날(International Day of Awareness of Food Loss and Waste)’이었다. 식량이 부족한 문제뿐 아니라 이미 생산된 먹거리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사라지거나 먹을 수 있는 상태에서 버려지는 문제를 함께 돌아보자는 취지다.
여성과 소녀가 처한 식량 상황은 최근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UN Women과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이 발표한 ‘Gender Snapshot 2025’에 따르면 2024년 중등도 또는 심각한 식량불안을 경험한 전 세계 성인 여성은 약 8억2230만 명이었다. 성인 남성은 약 7억5880만 명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보면 여성은 26.1%, 남성은 24.2%였다. 성별 격차는 2023년 1.3%포인트에서 2024년 1.9%포인트로 커졌다. 인원으로 환산하면 식량불안을 경험한 성인 여성이 남성보다 약 6350만 명 많았다.
식량불안은 단순히 먹을 음식의 양이 부족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필요한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2023년 심각한 식량불안을 경험한 가임기 여성 가운데 53.3%는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된 식량의 상당 부분은 정작 식탁에 오르지 못한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약 13.2%가 수확 이후 소매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손실된다. 여기에 가정과 음식 서비스업, 소매 단계에서 전체 식량 생산량의 약 19%가 추가로 폐기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먹을 수 있는 음식만 하루 10억 끼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버려지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식량을 생산하는 데 사용한 토지와 물, 에너지와 노동력도 함께 낭비된다. 식량 손실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역시 전 세계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유엔은 보고 있다.
UN Women은 이 같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성 농업인이 처한 생산 여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은 농산물의 생산과 가공, 유통 등 농식품 시스템 전반에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토지와 금융, 기술, 교육 등에 접근하는 데에는 여전히 남성과 차이가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이 비슷한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더라도 토지 생산성에는 평균 24%의 성별 격차가 나타난다. 농식품 분야의 임금노동에서도 여성이 받는 임금은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평균 78센트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격차가 줄어들 경우 식량안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AO는 농업 생산성과 임금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를 해소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약 1%, 금액으로는 약 1조 달러 증가하고 식량불안을 겪는 인구도 약 4500만 명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기후변화 역시 농업 분야의 성별 격차와 맞물려 있다. FAO 분석에서는 극심한 고온이 발생할 때 여성 농업인의 작물 생산가치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기온 상승 역시 여성 가구주 가구의 소득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엔이 2026년을 ‘세계 여성 농업인의 해(International Year of the Woman Farmer)’로 지정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농식품 시스템에서 여성의 역할을 조명하는 동시에 토지와 금융, 기술, 교육, 의사결정 참여에서 나타나는 격차를 줄이는 것이 주요 과제다.
UN Women은 이번 메시지를 통해 농업 생산성의 성별 격차를 좁히고 기후와 경제적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식품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식량 손실과 폐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에도 11억 명의 여성과 소녀가 먹거리 불안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과 매일 막대한 양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버려지는 현실은 서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생산된 식량을 덜 버리는 것부터 생산 현장에서 여성들이 자원과 기회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식량이 생산돼 식탁에 오르는 전 과정의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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