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스퍼드대, 엑서터 칼리지의 가을 풍경 공개
- 붉은 담쟁이와 황금빛 석조 건물, 오랜 건축과 계절이 만든 풍경
푸른 하늘 아래 오래된 석조 건물이 가을 햇살을 받는다. 건물을 감싸던 나뭇잎은 어느새 붉고 노랗게 물들었고,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돌벽에도 따뜻한 계절의 빛이 번진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가 공식 X 계정을 통해 엑서터 칼리지(Exeter College)의 가을 풍경을 공개했다. 대학은 “Autumnal views from @exetercollegeox”라는 짧은 글과 함께 늦가을의 캠퍼스를 담은 사진들을 소개했다.
사진 속 옥스퍼드의 가을은 화려하기보다 깊고 차분하다. 오랜 건축물 사이로 나무가 계절의 색을 더하고, 맑은 하늘과 낮은 햇살이 오래된 석재의 질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중 시선을 끄는 것은 둥근 돔을 가진 래드클리프 카메라(Radcliffe Camera)이다. 옥스퍼드를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보들리언 도서관의 일부다. 거대한 돔 위로 청명한 하늘이 펼쳐지고 화면 가장자리의 붉고 갈색으로 물든 잎들이 건물을 감싸듯 드리워져 있다.
회백색 돔과 황금빛 석벽, 그리고 단풍이 만들어낸 색의 대비는 오랜 건축물에도 계절이 찾아왔음을 보여준다.
래드클리프 카메라는 엑서터 칼리지 건물은 아니지만 칼리지의 Fellows’ Garden에서 바라볼 수 있다. 엑서터 칼리지 역시 정원에서 래드클리프 카메라와 보들리언 도서관을 조망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시선을 옮기면 엑서터 칼리지의 오래된 석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을 향해 솟은 고딕 양식의 장식과 긴 창문, 햇살을 받은 황금빛 석벽 위로 가을 나뭇가지가 겹쳐진다. 초록빛을 아직 간직한 잎과 노랗게 변한 잎이 한 나무에 머물며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보여준다.
건물 벽을 타고 오른 담쟁이는 가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붉은색과 주황색, 노란색으로 변한 잎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그 사이에 자리한 작은 등불에서는 은은한 빛이 번진다. 오래된 창과 석벽의 차분한 색조 사이에서 단풍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도드라진다.
정원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한층 고요해진다.
높은 나뭇가지 아래로 잔디밭과 좁은 길이 이어지고, 나무에는 얼마 남지 않은 가을 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정원 한편의 벤치와 테이블,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오래된 대학이 역사 속 건축물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 공부하고 걷고 쉬어가는 일상의 공간임을 보여준다.
이곳은 엑서터 칼리지의 펠로스 가든(Fellows’ Garden)이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면서도 나무와 잔디가 어우러진 정원으로, 끝자락에서는 래드클리프 광장과 래드클리프 카메라를 바라볼 수 있다.
1314년 설립된 엑서터 칼리지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칼리지 가운데 하나다. 수백 년 동안 여러 세대가 이곳을 거쳐 갔고, 건물과 정원은 그 시간만큼 많은 계절을 지나왔다.
가을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붉게 물든 담쟁이도, 나뭇가지 끝에 남아 있는 노란 잎도 머지않아 자리를 비운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는 또 하나의 시간이 쌓인다.
옥스퍼드가 전한 늦가을의 풍경에는 수백 년을 지켜온 건축과 해마다 새롭게 찾아오는 계절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순간이 담겨 있다.
BEST 뉴스
-
해군제독의 국토기행2] 승평에서 승주목으로, 순천이 전남 동부의 중심이 되다
▲ 순천 옛 모습, (출처, 순천시 제공) 필자가 나온 모교 교가에 “승평(昇平)은 정든 내 고장”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것처럼, 승평은 순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승평은 통일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처음 나타난다. 승평은 글자 그대로 나... -
매창의 시, 서울과 부안을 잇다… 연극 〈매창의 비가〉 무대에
배꽃 흩날리던 날의 이별을 노래한 매창의 시가 무대로 옮겨진다. 조선의 시인 매창과 유희경의 사랑, 허균과의 문학적 교유를 그린 연극 〈매창의 비가〉가 서울과 부안에서 관객을 만난다. 두 지역에 남아 있는 문인들의 인연을 공연으로 연결하는 문화교류 무대다. 마들극단이 주... -
계간 『푸른사상』 2026년 가을호(통권 57호), 특집 ‘신경림 시 읽기’ 출간
“작은 점 하나가 한 생애라면, 그 점을 지우는 일은 하나의 우주를 지우는 일이다.” 고명철·김정배·이은봉 등 11인의 필진, 신경림 문학의 현재적 의미 다각도 조명 나태주·조미희 신작 시 및 황석영 집중 조명, 박인환 탄생 100주년 평화 담론까지 풍성한 지면... -
총성이 지운 삶, 예술은 무엇을 되살릴 수 있나
국제평화예술프로젝트 제공 전쟁을 설명하는 언어에는 숫자가 많다. 사망자와 부상자, 피란민의 수, 무너진 건물과 복구 비용이 참상을 전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다 말할 수 없는 삶이 있다.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저녁, 주인을 잃은 식탁, 아이가 끝내 돌아가지 ... -
히말라야를 물들인 푸른 꽃…신비로운 색감의 ‘블루포피’
▲ 푸른빛의 꽃잎에 노란 수술이 어우러진 블루포피(Blue poppy) 모습. [사진=Nature Pathway X] 깊고 선명한 푸른빛의 꽃잎에 노란 수술이 어우러진 블루포피(Blue poppy)가 눈길을 끈다. 흔히 히말라야의 고산지대에서 만날 수 있는 꽃으로 알려진 이 식물은 독특한 ... -
붉은 강물이 흐르는 콜롬비아의 비경… ‘다섯 빛깔의 강’ 카뇨 크리스탈레스
▲ 시에라 데 라 마카레나(Sierra de la Macarena) 국립자연공원에 자리한 카뇨 크리스탈레스(Caño Cristales)[사진=colombia.travel 홈페이지 캡쳐] 콜롬비아의 울창한 자연 속에는 물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색채 풍경으로 변하는 강이 있다. 시에라 데 라 마카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