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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보다 높은 나무…세계 최고 높이 116m ‘하이페리온’의 경이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11.0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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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해안삼나무, 2019년 공식 측정 116.07m, 수령 600~800년 추정
  • 35층 건물보다 높은 자연의 거인, 수백 년간 탄소 저장하며 생태계 지탱, 인간의 무분별한 접근으로 보호구역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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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해안삼나무. 2019년 공식 측정 116.07m. [사진=Massimo]

 

인간이 수백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거대한 건축물보다 더 높은 나무가 지구상에 존재한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영국 런던의 빅벤 시계탑을 뛰어넘는 높이의 나무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울창한 숲속에서 수백 년 동안 자라온 것이다.


소셜미디어 엑스(X)의 자연·과학 콘텐츠 계정인 마시모(Massimo)가 11월 6일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것으로 공식 기록된 살아 있는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해안삼나무 ‘하이페리온(Hyperion)’이다.


하이페리온의 높이는 2006년 최초 측정 당시 115.55m였으나, 이후 성장하면서 2019년 측정에서는 116.07m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공식 기록으로, 최근에는 약 116.22m까지 자랐다는 측정 자료도 소개되고 있다. 다만 최신 수치는 측정 시점과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높이 116m는 일반적인 건물 약 35~38층에 해당한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지면에서 횃불 끝까지 약 93m이며, 런던의 빅벤으로 널리 알려진 엘리자베스 타워는 약 96m이다. 하이페리온은 자유의 여신상보다 약 23m, 엘리자베스 타워보다 약 20m 더 높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 자체의 높이가 약 46m이고 나머지는 받침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이페리온의 높이는 인간이 만든 대표적인 기념물을 훨씬 뛰어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하이페리온의 수령은 약 600~800년으로 추정된다. 13~15세기 무렵 싹을 틔웠을 가능성이 있는 이 나무는 수백 년 동안 기후 변화와 폭풍우, 가뭄 등 다양한 자연환경의 변화를 견디며 오늘날의 거대한 모습으로 성장했다.


하이페리온은 해안삼나무(Coast Redwood)로 불리는 세쿼이아 셈페르비렌스(Sequoia sempervirens) 종에 속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와 오리건 남부의 태평양 연안에 자생하는 이 수종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이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해안삼나무가 이처럼 거대한 높이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기후환경이 있다. 연중 비교적 온화한 기온과 겨울철 강수량, 여름철 자주 발생하는 해안 안개가 나무의 생장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해안 안개는 건조한 여름철에도 나무와 주변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안삼나무는 잎을 통해 안개 속 수분을 직접 흡수하기도 하며,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땅으로 떨어지는 과정은 숲의 수분 순환에도 기여한다.


하이페리온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6년이다. 미국의 자연 탐험가 크리스 앳킨스(Chris Atkins)와 마이클 테일러(Michael Taylor)가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외딴 숲에서 이 거대한 나무를 발견했다.


이후 전문적인 높이 측정을 통해 당시까지 확인된 살아 있는 나무 가운데 가장 높은 개체로 인정받았다. 발견 당시 높이는 115.55m였으며, 이후에도 성장을 지속해 세계 최고 높이 나무라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페리온의 목재 부피는 약 530㎥로 소개되기도 한다. 이는 거대한 줄기와 가지에 막대한 양의 목질 생물량이 축적돼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다만 해당 부피는 추정치로, 측정 기준과 조사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거대한 해안삼나무는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지구 생태계에서 중요한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한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그 탄소를 줄기와 가지, 뿌리 등에 장기간 저장한다. 특히 수백 년 이상 살아가는 대형 나무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탄소를 축적하며, 오래된 해안삼나무 숲은 단위 면적당 탄소 저장량이 매우 높은 산림 생태계로 평가된다.


하이페리온과 같은 거목이 중요한 이유는 높이나 크기 때문만이 아니다.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수백 년 동안 유지하는 생태적 기능과 그 주변에 형성되는 복잡한 생물 서식환경이 더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오래된 해안삼나무 숲은 다양한 조류와 포유류, 곤충, 균류, 식물의 서식처가 된다. 높은 수관과 두꺼운 줄기, 깊게 쌓인 낙엽층과 토양은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라는 명성은 역설적으로 하이페리온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이페리온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온 일부 방문객들이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 나무 주변을 반복적으로 밟으면서 토양이 다져지고 주변 식생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해안삼나무는 거대한 높이에 비해 뿌리가 비교적 얕고 넓게 퍼지는 특성이 있어 주변 토양과 식생의 보전이 중요하다.


이에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2022년 하이페리온 주변 지역에 대한 방문객의 접근을 금지했다. 허가 없이 제한구역에 들어가는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호기심과 관광 수요보다 생태계 보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이페리온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탄 신족의 하나인 히페리온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어로 '높은 곳을 지나는 자'라는 의미와 연결되는 이름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의 모습과도 잘 어울린다.


인간은 철과 콘크리트, 첨단 건설기술을 이용해 수백 미터 높이의 초고층 건축물을 세운다. 그러나 자연은 햇빛과 물, 공기와 토양을 바탕으로 수백 년에 걸쳐 거대한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하이페리온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인간이 만든 건축물보다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아 숲의 일부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탄소를 저장하며 수많은 생명체와 함께 생태계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에 있다.


오늘날 기후변화와 산림 훼손, 생물다양성 감소가 세계적인 환경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하이페리온의 존재는 오래된 숲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세계 최고 높이의 나무 하이페리온은 인간이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된 생명의 역사이자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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