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록색 물빛과 짙푸른 중심부가 만들어낸 ‘지구의 눈’, 석회암 지형 속 깊은 수중 동굴
- 맑은 물과 햇빛, 수심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 지하수가 빚어낸 독특한 자연경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거대한 눈 하나가 땅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듯하다. 바깥쪽은 투명한 청록색으로 빛나고, 중심으로 갈수록 짙은 푸른색을 띤다. 물속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공간은 눈동자를 닮았다. 크로아티아의 세티나강 발원지(Cetina River Spring)가 ‘지구의 눈(Eye of the Earth)’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자연의 경이로운 풍경을 소개하는 X 계정 ‘어메이징 네이처(Amazing Nature)’는 25일 세티나강 발원지의 독특한 모습과 수중 지형을 소개했다. 게시물은 하늘에서 바라본 발원지의 모습이 거대한 푸른 눈을 연상시키지만, 그 아름다운 수면 아래에는 깊고 복잡한 수중 동굴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티나강 발원지는 크로아티아 남부 내륙의 세티나 마을 인근에 위치한다. 주변에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악 지형이 펼쳐져 있으며, 지하를 흐르던 물이 지표로 솟아오르면서 강의 물줄기를 형성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물빛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면 아래로 깊숙이 이어지는 동굴 입구가 자리하고 있어, 지상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지하세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세티나강 발원지는 석회암 지대에서 나타나는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을 보여준다. 카르스트 지형은 빗물과 지하수가 오랜 시간 석회암을 녹이면서 형성된다. 물이 암석의 틈을 따라 흐르는 과정에서 균열이 넓어지고, 시간이 흐르면 동굴과 지하 수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지하 수로를 따라 이동한 물이 지표로 솟아오르는 곳이 카르스트 용천이다. 세티나강 발원지 역시 이 같은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원지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수면에 나타나는 색의 변화다. 가장자리의 얕은 구역은 밝은 청록색을 띠지만, 중심부로 갈수록 푸른색이 짙어지면서 검푸른 색으로 변한다.
이러한 색채는 맑은 물과 햇빛, 수중 암석의 형태, 수심의 차이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빛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파장에 따라 흡수되고 산란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바닥의 암석과 물빛이 함께 드러나 밝게 보이지만, 깊은 동굴 입구에서는 바닥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빛이 줄어들면서 어둡게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밝은 테두리와 짙푸른 중심부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물빛과 지형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거대한 눈동자처럼 보이는 독특한 풍경이 완성된다.
그러나 수면 위의 평온한 모습과 달리 그 아래에는 깊은 수중 공간이 이어진다. 잠수 탐사자들은 세티나강 발원지의 수중 통로를 따라 100m가 넘는 깊이까지 탐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면에서 보이는 둥근 물웅덩이가 단순한 호수가 아니라 지하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동굴 시스템의 입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탐사가 이뤄진 깊이가 곧 동굴의 최종 깊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중 동굴의 정확한 구조와 깊이는 조사 범위와 측정 방식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카르스트 용천은 아름다운 경관인 동시에 지하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연환경이다. 지표에서 보이지 않는 물길을 따라 이동한 지하수가 어디에서 솟아오르고, 어떤 암석층을 거쳐 흐르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석회암 지대의 지하수는 주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표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암석의 균열과 지하 수로를 통해 이동할 수 있어 수질과 주변 생태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세티나강 발원지의 자연적 가치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지질 구조와 지하수의 흐름, 그 주변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을 소개한 어메이징 네이처는 게시물에 사용된 이미지가 실제 발원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예술적 재현 이미지라고 명시했다. 따라서 온라인에 공유되는 이미지의 색채와 형태가 실제 현장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세티나강 발원지가 지닌 독특한 지형과 물빛은 실제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표에서는 하나의 푸른 눈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로는 오랜 세월 물과 암석이 만들어온 지하세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자연을 바라볼 때 마주하는 것은 대개 눈에 보이는 풍경이다. 그러나 세티나강 발원지는 그 풍경을 만들어낸 오랜 지질학적 시간과 보이지 않는 지하수의 움직임까지 생각하게 한다.
하늘에서는 아름다운 눈동자로, 수면 아래에서는 깊은 동굴의 입구로 모습을 드러내는 세티나강 발원지. 이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경이면서, 우리가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는 지구 내부의 세계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BEST 뉴스
-
[해군제독의 국토기행2] 승평에서 승주목으로, 순천이 전남 동부의 중심이 되다
▲ 순천 옛 모습, (출처, 순천시 제공) 필자가 나온 모교 교가에 “승평(昇平)은 정든 내 고장”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것처럼, 승평은 순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승평은 통일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처음 나타난다. 승평은 글자 그대로 나라와 고을이 ... -
매창의 시, 서울과 부안을 잇다… 연극 〈매창의 비가〉 무대에
배꽃 흩날리던 날의 이별을 노래한 매창의 시가 무대로 옮겨진다. 조선의 시인 매창과 유희경의 사랑, 허균과의 문학적 교유를 그린 연극 〈매창의 비가〉가 서울과 부안에서 관객을 만난다. 두 지역에 남아 있는 문인들의 인연을 공연으로 연결하는 문화교류 무대다. 마들극단이 주최·주관하... -
제39차 시인과 함께 떠나는 [가을 해남문학여행]
-접수는 10월 20일까지 시가 태어난 장소를 찾아가 작가의 목소리로 작품을 읽는 가을 문학여행이 마련된다. 푸른 사상 학교 인문·역사여행·여행제작소는 오는 10월 28일부터 29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제39차 ‘삶을 여행처럼—시인과 함께 떠나는 가을 해남문학여행’을 진행한다. 해남 출... -
제38차 ‘삶을 여행처럼’, 10월 18일 "하늘공원·문화비축기지" 탐방
▲ 가을날, 불광천변에서. 촬영 윤재훈 가을을 만나러 꼭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지하철에서 내려 물가를 걷고, 오래된 석유탱크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서울에도 하늘이 넓어지는 곳이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으로 몸을 뒤척이는 억새밭, 그 ... -
총성이 지운 삶, 예술은 무엇을 되살릴 수 있나
국제평화예술프로젝트 제공 전쟁을 설명하는 언어에는 숫자가 많다. 사망자와 부상자, 피란민의 수, 무너진 건물과 복구 비용이 참상을 전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다 말할 수 없는 삶이 있다.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저녁, 주인을 잃은 식탁, 아이가 끝내 돌아가지 못한 ... -
“그림에서 정말 빛이 나는 것 같다”…1880년 관객 사로잡은 쿠인지의 달밤
▲아르히프 쿠인지가 1880년 완성한 ‘드니프로강의 달밤(Moonlit Night on the Dnieper)’. 어둠과 달빛의 강렬한 대비로 공개 당시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사진=Russian Museum] 188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