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의 숨결로 빚은 큰 나무, 신경림의 시 세계를 다시 읽다
“작은 점 하나가 한 생애라면, 그 점을 지우는 일은 하나의 우주를 지우는 일이다.”
고명철·김정배·이은봉 등 11인의 필진, 신경림 문학의 현재적 의미 다각도 조명
나태주·조미희 신작 시 및 황석영 집중 조명, 박인환 탄생 100주년 평화 담론까지 풍성한 지면
한국 리얼리즘 시문학의 거대한 분수령이자 민중의 슬픔과 생명력을 가장 따뜻한 구어(口語)로 길어 올렸던 고(故) 신경림 시인. 계간 문예지 『푸른사상』이 2026년 가을호(통권 57호)를 맞아 ‘신경림 시 읽기’를 특집으로 기획, 그의 전반적인 시 세계와 문학사적 의의를 집대성한 지면을 선보였다.
이번 특집은 1973년 초판 출간 당시 한국 문단을 긴장과 충격에 빠뜨렸던 『농무』의 파격부터, 거대 담론을 넘어 갯벌과 나무 등 낮고 소외된 생명들을 어루만지던 후기 시편에 이르기까지 신경림 시학의 전 궤적을 11편의 비평과 총론으로 입체화했다.
■ 목차
특 집 | 신경림 시 읽기
고명철_ 신경림 시학의 바탕, ‘구연적 재현-시 쓰기’ ─ 「겨울밤」
김정배_ 멀리서 보면, 우리는 모두 점이다 ― 「새떼」
김청우_ 오월은 내게, 무엇을 ─ 「오월은 내게」
남승원_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 ─ 「달빛」
방승호_ 나무의 사랑 ─ 「다시 느티나무가」, 「큰 느티나무」
손남훈_ 사라진 서정의 대륙 ─ 「이 한장의 흑백사진」
양순모_ 시인은 여행 중 ─ 「비대면 시대의 여행」
이동순_ 권력을 파훼한, 시인의 언어 ─ 「南道路室」
이은란_ ‘우리’의 코뮤니타스, 탈(脫)언어의 지향 ─ 「幼兒」
정민구_ 짧은 젊음 혹은 미완의 혁명에 대해 ─ 「제삿날 밤」
이은봉_ [총론] 민중에 의한 민중의 발견 및 자각 ─ 신경림 시를 위한 작은 논의
신작 시
강형철_ 스물 아홉, 백!
나태주_ 누가 뭐라고 하건 말건
노혜경_ 찰흙으로 빚은 참새를 두 손에 모다쥐고 그가 후 숨을 불어넣자 참새가 생명을 얻어 푸드득 날아갔다
박재학_ 인쇄소의 밤
성승철_ 긴 터널도 끝이라고
양선주_ 버섯, 그 물의 향연
이도윤_ 별똥별
조미희_ 기대는 일
조 원_ 왜가리
한영희_ 훨(䎀)
신작 동시
이성우_ 지우개
신작 시조
김은하_ 연필로 쓴 시
신작 산문
박종희_ 빛바랜 반지, 눈부신 원
기획 연재
김준태_ [시 70년 오디세이(34)] ‘황석영 문학’이 찾아가는 한반도 길
임지훈_ [젊은 평론가가 읽는 오늘의 시(10)] 바라는 건 단지 ‘작디작은’ 기쁨과 슬픔
박인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한국-캐나다 민간 국제 문화 교류 강연
맹문재_ 박인환의 시에 나타난 세계 평화의 인식
■ ‘우리’라는 연대와 화합의 시학… 신경림 문학의 다층적 탐구
특집의 포문은 고명철 평론가가 연다. 그는 대표작 「겨울밤」을 통해 신경림 시학의 핵심 원동력인 ‘구연적 재현’의 활력을 짚어내며 단순한 근대화의 낭만적 풍속화로 축소될 수 없는 시인의 리얼리즘을 재확인한다.
이어 김정배 평론가는 시 「새떼」를 칼 세이건의 우주적 시선과 대비하며 “낮은 갯벌의 눈높이로 생명의 존엄을 응시한 태도”를 통찰력 있게 짚어냈고, 남승원 평론가는 『농무』에 나타난 ‘우리’라는 공동체적 화자가 독자를 필연적인 역사의 동참자로 이끄는 힘을 분석했다.
또한 광주의 오월을 ‘화합’의 눈으로 승화시킨 시인의 평화 의식(김청우), 묵묵히 시대를 버텨낸 ‘나무’의 사랑(방승호) 과거를 통해 현재를 갱신하는 시인의 인식(손남훈), 영원한 순례자가 된 시인을 향한 시선(양순모)을 비롯하여, 권력을 파훼하고 심장에 새겨지는 시인의 언어(이동순), 전후 폭압과 민중 현실의 충돌점, ‘농촌의 언어’(이은란), 식민과 혁명의 가족사가 빚어낸 문학적 원천 (정민구)의 각양각색의 프리즘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왜 다시 신경림을 읽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질문을 던진다.
총론을 맡은 이은봉 평론가는 ‘민중에 의한 민중의 발견 및 자각’이라는 관점에서 신경림 문학이 한국 현대 시사(詩史)에 그은 굵직한 분기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 한국 문단의 다채로운 숨결: 원로·중견의 신작부터 ‘젊은 시’ 비평까지
신작 지면 역시 세대와 형식을 아우르며 풍성한 결을 자랑한다. 신작 시 코너에는 국민 시인 나태주의 「누가 뭐라고 하건 말건」을 비롯해 최근 첫 산문집을 펴내며 주목받고 있는 조미희 시인의 「기대는 일」, 강형철·노혜경·박재학·성승철·양선주·이도윤·조원·한영희 시인의 개성 넘치는 신작들이 수록되었다. 여기에 이성우의 동시, 김은하의 시조, 박종희의 산문이 더해져 문학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기획 연재 지면의 중량감도 눈길을 끈다.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서른네 번째 연재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살아낸 거장 ‘황석영 문학’의 장대한 서사를 집중 조명했다.
한편 ‘젊은 평론가가 읽는 오늘의 시’ 코너에서는 임지훈 평론가가 정보영·전욱진 시인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젊은 시인들이 포착하는 일상성의 이면과 결여의 감각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아울러 ‘박인환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글을 실은 맹문재 교수는 “정치가도 지도자도 아닌 시인의 언어로 사회적 폭력에 맞섰던” 박인환의 세계 평화 인식을 조명하며, 전쟁과 갈등이 지속되는 21세기 글로벌 현실 속에서 문학이 감당해야 할 윤리적 책무를 다시금 환기한다.
■ 편집자의 시선: 시대를 건너온 언어가 지금의 우리에게 건네는 말
『푸른사상』 2026년 가을호는 한 시인의 거대한 문학적 궤적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남긴 ‘사람과 공동체를 향한 온기’가 각자도생의 시대를 건너는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나침반임을 증명해 보인다. 신경림 시의 깊은 뿌리 위에 현역 시인들의 새로운 호흡과 평화의 담론을 얹어낸 이번 호는, 깊어가는 가을 한국 문학의 지형도와 사유의 깊이를 한 권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성과물이다.
[도서 정보]
• 도서명:계간 『푸른사상』 2026년 가을호 (통권 57호)
• 특집:신경림 시 읽기
• 발행처:푸른사상
• 발행일:2026년 9월 10일
• 주요 구성:특집 ‘신경림 시 읽기’(11인), 신작 시(나태주·조미희 등 10인), 신작 동시·시조·산문, 기획 연재(김준태·임지훈), 박인환 탄생 100주년 기념 강연(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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