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반기 휴머노이드 4만 대 이상 생산·투자 6배 증가, 로봇 산업 경쟁, 양산·데이터·AI 결합으로 확대
- 경기연구원, ‘선전 시제품 제작–경기도 현장 검증’ 제안, 핵심 부품·학습 데이터 국내 확보 강조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기술 시연을 넘어 대량생산과 실제 산업 현장 적용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로봇을 많이 생산할수록 현장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활용해 인공지능(AI)의 성능을 개선하면서 다시 로봇 수요를 확대하는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연구원은 3일 발간한 이슈&진단 보고서 ‘피지컬 AI 대전환과 대응: 중국 5대 변화를 중심으로’를 통해 중국 로봇 산업의 최근 변화를 분석하고, 한국과 경기도가 추진해야 할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피지컬 AI(Physical AI)는 인공지능이 로봇 등 물리적 장치와 결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사전에 정해진 작업을 반복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면, 피지컬 AI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양산, 데이터, 지능, 정책, 자본 등 다섯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로봇 산업의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은 4만 대를 넘어섰으며, 연간 생산량은 1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로봇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도 두드러진다. UBTech는 지난 9월 류저우 공장에서 10분당 1대, 엔진AI는 선전 생산기지에서 15분당 1대를 출고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갖췄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생산 속도의 배경에는 중국 선전의 부품 공급망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전의 약 10km 구간에 200여 개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어 주요 부품을 단시간에 조달하고 시제품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로봇 생산 확대는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70곳 이상의 로봇 데이터 훈련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사람이 AI 안경이나 카메라를 착용하고 일상적인 손동작과 가사 활동을 촬영해 로봇 학습용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집안일을 수행하는 모습을 촬영해 데이터를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수집된 영상은 정제와 가공을 거쳐 로봇 기업의 AI 모델 학습에 활용된다.
로봇이 다양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려면 실제 사람의 행동과 물체 조작 과정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중국은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AI 모델을 개선하는 체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정책과 투자도 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2026년 상반기 피지컬 AI 관련 투자 규모는 약 93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배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로봇 관련 표준체계를 정비하고 개별 로봇을 식별하는 29자리 식별체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공공 부문이 로봇의 초기 수요처 역할을 하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 국가전망공사는 약 8,500대의 로봇 도입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소개됐다.
경기연구원은 이러한 변화를 ‘양산→데이터→지능→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업 순환 구조로 설명했다. 로봇이 많이 보급될수록 실제 작업 데이터가 쌓이고, AI 성능이 개선되면 활용 가능한 산업 현장이 늘어나 다시 생산과 주문이 증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중국 로봇 산업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용화 수준은 신중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유니트리의 2025년 1~9월 휴머노이드 매출 가운데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교육용 비중은 73.6%였으며, 산업 현장 응용 비중은 9.0%에 그쳤다.
이는 로봇 생산량 증가가 곧바로 산업 현장의 대규모 상용화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로봇 기업과 데이터 기업 간 거래를 통해 매출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이른바 ‘순환 매출’ 논란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향후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판단할 때 생산량이나 투자 규모뿐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 매출 비중과 재구매율 등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 활용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 설치 규모와 핵심 부품 경쟁력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다. 반면 2025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중국이 약 35만 4,000대로 세계 시장의 59%를 차지한 데 비해 한국은 약 3만 대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연구원은 이를 기존 산업 현장의 로봇 활용 밀도는 한국이 높지만, 신규 로봇 도입과 시장 확대 속도에서는 중국이 앞서는 구조로 분석했다.
국내 로봇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약 45%로 제시됐다. 특히 AI 연산과 제어, 구동 부품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중국의 산업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한국의 제조 현장과 기술 역량을 활용한 ‘한국형 순환’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심은 로봇의 설계와 검증, 시제품 제작, 현장 배치, AI 성능 개선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기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품의 국산화에 집중하고, 공공 조달도 로봇 구매 대수보다 실제 작업 수행 시간과 활용 성과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경기도는 이러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주요 지역으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전국 제조업체의 36%와 연구 인력의 37%가 집중돼 있다. 제조 현장과 연구개발 인력이 가까이 위치한 만큼 로봇을 실제 공정에 투입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연구원은 성남 피지컬 AI 랩과 시흥 피지컬 AI 확산센터, 반월·시화 AX 실증 산업단지 등을 연계해 연구개발과 현장 실증, 데이터 확보가 순환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 선전의 빠른 시제품 제작 역량을 활용하되 실제 산업 현장 검증과 기술 개선은 경기도에서 수행하는 ‘선전 제작–경기 검증’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제조 공정 데이터와 AI 학습 데이터, 감속기와 로봇 손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과 부품은 국내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중국의 진짜 경쟁력은 로봇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만들고, 배우고, 다시 만드는 순환의 속도”라며 “중국을 요소마다 쫓아가기보다 속도는 빌리고 데이터와 핵심 부품은 지키는 ‘한국형 순환’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기업과 연구 인력이 한곳에 모인 경기도가 그 순환을 가장 빨리 돌릴 수 있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피지컬 AI 산업의 경쟁은 개별 로봇의 성능을 넘어 생산체계와 데이터 확보, 실제 현장 활용 능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역시 높은 제조업 기반과 로봇 활용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AI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핵심 부품과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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