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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즈노 채피 동물원에 찾아온 작은 생명…아버지 ‘페니’의 빈자리 채운 마사이기린의 탄생

  • 윤슬 기자
  • 입력 2026.09.0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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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즈노 채피 동물원은 시쿠가 건강한 암컷 새끼를 출산했다고 알렸다. [사진=Fresno Chaffee Zoo X]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채피 동물원에 작은 생명이 태어났다. 지난 8월 18일 암컷 마사이기린 ‘시쿠(Siku)’가 새끼를 낳으면서 동물원에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기쁨이 찾아온 순간이지만, 그 탄생 뒤에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페니(Fenny)’의 이야기가 함께 놓여 있어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프레즈노 채피 동물원은 9월 1일 공식 X를 통해 시쿠가 건강한 암컷 새끼를 출산했다고 알렸다. 현재 어미와 새끼는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유대감을 쌓을 수 있도록 관람객들의 눈을 피해 별도의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동물관리팀과 수의팀 역시 새끼와 어미의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며 새로운 생명의 첫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는 시쿠와 페니 사이에서 태어난 두 번째 새끼다. 아직 작은 몸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새끼 기린은 어미의 곁을 지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동물원 측은 언제 일반 관람객들에게 모습을 공개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탄생이 특별한 이유는 새끼가 세상에 태어나기 불과 며칠 전, 아버지 페니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페니는 2019년 프레즈노 채피 동물원에 온 뒤 기린 무리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왔다. 긴 목과 온순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페니는 동물원에서 마사이기린의 생태를 알리는 교육적 역할도 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발굽 골절을 입으면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동물관리팀과 수의팀은 부상 부위에 특수 제작한 장치를 적용하는 등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치료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회복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의료 절차 중 마취와 관련된 합병증이 발생했고, 페니는 지난 8월 21일 끝내 숨을 거뒀다.


그렇게 한 생명이 떠난 자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생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페니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며칠 만에 태어난 새끼 기린의 소식은 동물원 직원들에게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이 됐다. 사랑했던 동물을 떠나보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의 딸이 태어난 것이다.


동물원 측은 새끼의 탄생이 페니를 돌봤던 직원들과 그를 기억하는 관람객들에게 밝은 순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페니가 남긴 생명의 흔적이 새로운 세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동물원 구성원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새끼 기린은 아직 관람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동물원 안에서는 새로운 가족의 시간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어미 시쿠는 새끼 곁을 지키며 돌보고 있고, 새끼는 어미의 보호 아래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프레즈노 채피 동물원은 최근에도 여러 동물들의 탄생과 성장을 전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시아망 ‘솔레이유(Soleil)’, 말레이맥 ‘윈스턴(Winston)’, 아프리카사자 새끼 ‘인디(Indy)’와 ‘주빌리(Jubilee)’ 등 새로운 가족들이 동물원에 합류하면서 생명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200종이 넘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이곳에서 각각의 탄생과 죽음은 단순한 동물원의 일상이 아니다. 한 생명이 떠난 뒤에도 그 생명이 남긴 시간과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때로는 새로운 생명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번 마사이기린 새끼의 탄생 역시 그런 자연의 흐름을 보여준다. 페니의 죽음은 동물원 가족들에게 깊은 슬픔을 남겼지만, 그의 딸은 그 슬픔 한가운데서 새로운 희망으로 찾아왔다.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작은 새끼 기린은 그렇게 어미의 곁에서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언젠가 처음으로 관람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날, 사람들은 아마도 그 작은 생명의 모습을 바라보며 페니를 함께 떠올리게 될 것이다.


떠남과 만남은 때로 아주 가까운 시간 속에서 찾아온다. 페니가 남긴 빈자리 위에 태어난 작은 생명은,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하고 따뜻한 위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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