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속 2억9979만2458m와 북위 29.9792458도, 소수점만 빼면 같은 숫자
- 해외 X 계정 ‘Earth’가 소개한 흥미로운 일치, 과학적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아
약 4500년 전 세워진 이집트 피라미드와 현대 과학이 밝혀낸 빛의 속도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숫자가 놀랍게도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고대 문명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현대 물리학의 기본 상수가 같은 숫자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해외 X 계정 ‘Earth’는 지난 15일 오후 “역사상 가장 기묘한 숫자의 우연 중 하나”라는 글과 함께 이집트 기자(Giza) 피라미드의 사진을 공개했다.
게시물에서 소개한 숫자는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인 초속 299,792,458m와 기자 대피라미드를 통과하는 위도선인 북위 29.9792458도다. 두 숫자에서 쉼표와 소수점을 제외하면 모두 ‘299792458’로 나타난다.
Earth는 “숫자가 정확히 일치한다(The digits match exactly)”며 밤하늘의 별빛 아래 자리한 피라미드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실제로 빛의 속도는 국제단위계(SI)에서 초속 299,792,458m로 정의돼 있다. 북위 29.9792458도 역시 기자 대피라미드의 일부를 통과하는 위도선이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두 값이 일치한다는 설명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미 빛의 속도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흥미로운 상상이지만,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 빛의 속도를 미터와 초로 나타내는 단위 체계는 피라미드가 건설된 시기보다 훨씬 뒤에 만들어졌다. 지구상의 위치를 위도와 경도로 표시하고 이를 소수점 아래 여러 자리까지 표현하는 방식 역시 현대의 측정 체계에 따른 것이다.
또한 북위 29.9792458도는 피라미드의 정중앙을 가리키는 좌표가 아니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일부를 가로지르는 여러 위도선 가운데 하나다.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삼고 좌표를 몇 자리까지 표시하느냐에 따라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숫자의 일치는 실제로 확인되지만, 그것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 따르면 1983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는 진공에서 빛이 1초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기준으로 미터를 새롭게 정의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정확한 빛의 속도 수치도 이러한 국제단위계의 정의와 연결돼 있다.
영국의 팩트체크 기관 풀팩트(Full Fact)도 2020년 이와 같은 주장을 검증한 바 있다. 당시 풀팩트는 해당 위도선이 실제 피라미드를 통과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두 숫자 사이에 특별한 과학적 연관성이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빛의 속도와 피라미드 위도의 일치는 고대인들이 미래의 과학을 예견했다는 증거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수치와 측정 방식이 빚어낸 흥미로운 우연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천 년의 시간을 사이에 둔 고대 건축물과 현대 과학이 하나의 숫자로 연결되는 모습이 신비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우연도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오래된 문명과 과학의 세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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