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립공원관리청, 27일 탄생 168주년 맞아 자연보전 업적 조명
- 국립기념물 18곳·연방 조류보호구역 51곳 지정, 미래 세대 위한 자연유산 보전 강조
미국의 광활한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연을 국가가 지켜야 할 공공의 자산으로 바라본 한 대통령의 정책적 선택이 있었다.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NPS)은 27일(현지시간) 공식 X를 통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탄생 168주년을 기념하며 그가 남긴 자연보호 정책의 성과를 소개했다.
1858년 10월 27일 태어난 루스벨트는 1901년부터 1909년까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자연환경 보전과 공공 토지 보호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산업화와 서부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 산림과 야생동물 서식지를 장기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NPS에 따르면 루스벨트는 재임 기간 국립공원 5곳을 설립하고 국립기념물 18곳을 지정했으며, 연방 조류보호구역 51곳을 조성했다. 또한 약 2억 3,000만 에이커에 달하는 공공 토지를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약 93만㎢로,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9배가 넘는 규모다.
그의 자연보호 정책은 단순히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을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산림과 수자원,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자연자원을 미래 세대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대표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는 1906년 제정된 고적보존법(Antiquities Act)이다. 이 법은 대통령이 역사적·과학적 가치가 있는 연방 소유 토지를 국립기념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루스벨트는 이를 활용해 와이오밍주의 데블스타워를 미국 최초의 국립기념물로 지정했으며, 이후 여러 자연·문화유산을 연방정부의 보호 대상으로 편입했다.
야생동물 보호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이뤄졌다. 1903년 플로리다주에 지정된 펠리컨아일랜드는 미국 최초의 연방 조류보호구역으로, 이후 연방 야생동물 보호구역 체계가 발전하는 출발점이 됐다.
루스벨트는 자연을 직접 경험하는 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냥과 탐험, 야외활동을 즐겼던 그는 자연자원이 무한하지 않으며 적절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정책으로 연결했다. 특히 1903년 요세미티 지역을 방문해 자연보호 활동가 존 뮤어(John Muir)와 함께한 경험은 미국 자연보전 역사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다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루스벨트 시대의 자연보호 정책을 살펴볼 때는 보호구역 조성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의 토지 이용과 권리가 충분히 존중되지 못했던 역사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연유산 보전이라는 공익적 목표와 함께 보호지역 지정 및 토지 관리 권한을 둘러싼 갈등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루스벨트가 추진한 자연보호 정책은 이후 미국의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보호제도가 확대되는 기반이 됐다. 현재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전국의 다양한 자연·역사·문화유산을 관리하며 보전과 교육, 공공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NPS는 루스벨트의 탄생 168주년을 기념해 10월 27일을 국립공원 무료입장일로 지정했다. 다만 2026년부터 무료입장 혜택은 미국 시민권자와 거주자에게 한정되며, 외국인 방문객에게는 일반 입장료가 적용된다.
이번 기념일은 루스벨트가 남긴 자연보호 정책의 의미를 돌아보는 동시에,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을 시민들이 직접 경험하며 자연유산의 가치를 이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오늘날, 루스벨트가 남긴 자연보호 정책은 공공의 자연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지역사회와 원주민의 권리, 시민의 접근성을 함께 고려하는 일은 현대 보호지역 정책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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