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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로고에 드리운 그림자...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이 무너뜨린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6.0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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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의 거리에서 마주하는 스타벅스 사인 [사진=EET NEWS]

 

스타벅스의 초록색 세이렌 로고는 오랫동안 커피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소비자들에게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다양성과 포용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상징하는 글로벌 브랜드였다. 그러나 2026년 5월, 한국 스타벅스에서 발생한 이른바 ‘5·18 탱크데이’ 논란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논란은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의 텀블러 할인 행사에서 시작됐다. 행사명은 ‘탱크데이’였고 홍보 문구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스타벅스 측은 특정 텀블러 제품명에서 비롯된 단순한 마케팅 문구라고 설명했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탱크’라는 표현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와 탱크를 연상시켰고, ‘책상에 탁’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정권이 내놓았던 악명 높은 해명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의도 여부가 아니었다. 사회가 공유하는 역사적 기억에 대한 감수성의 부재였다. 기업이 사용하는 언어와 이미지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로 읽힐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만큼, 해당 기념일에 사용된 표현은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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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KT빌딩 1층에 있는 스타버스리저브의 매장 모습으로 탱크데이 이후 매장이 텅 비어있다. [사진=EET NEWS]

 

논란은 곧 브랜드 전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됐다. 스타벅스는 즉시 행사 중단과 사과문 발표에 나섰고, 문구를 수정한 뒤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의 실망감은 커진 상태였다. 스타벅스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와 실제 기업 운영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멤버십 해지와 불매운동 의사를 밝히며 강한 반발을 보였다.


결국 논란은 경영진 책임 문제로 이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공개 사과와 함께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해임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인사 조치를 넘어 브랜드 신뢰 회복을 위한 긴급 대응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5·18 관련 단체들은 정 회장과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논란은 사회적 이슈로 확대됐다.


이번 사건은 브랜드가 더 이상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아님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어떤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지, 사회적 가치에 대해 얼마나 책임 있게 행동하는지까지 함께 평가한다. 과거에는 마케팅 실수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이 이제는 기업의 정체성과 윤리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스타벅스의 로고는 오랫동안 편안함과 휴식, 세련된 도시문화를 상징해 왔다. 그러나 ‘탱크데이’ 논란 이후 그 로고는 한국 사회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바라본 것은 커피가 아니라 기업의 역사 인식이었고, 브랜드가 내세운 가치와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었다.


브랜드는 광고로 만들어지지만 신뢰는 사회가 부여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지만 단 한 번의 역사적 무감각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결국 현대 기업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고 있다. 그것은 매출도, 시장점유율도 아닌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 있는 감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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