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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요구하고 너무 적게 내놨다’…미·캐나다 무역협상 결렬, 다시 번지는 관세전쟁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8.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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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니, 미국의 500억 달러 규모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 맞서 ‘달러 대 달러’ 보복 선언…9월 8일부터 철강·유제품·전자제품 등 미국산에 대응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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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Mark Carney X 영상 캡쳐]

 

미국과 캐나다의 막판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북미 최대의 경제 동맹 관계가 다시 관세전쟁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8월 22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무역협상 결렬을 공식화하며 미국이 부과한 신규 관세에 대해 “달러 대 달러(dollar-for-dollar)”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보복관세는 오는 9월 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은 협상 시한을 앞두고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대상 품목은 캐나다의 전체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다양한 소비재와 산업 제품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카니 총리는 오타와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이 제시한 조건이 캐나다 경제에 불리하고 공정하지 않았으며, 합의의 신뢰성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미국 측 제안을 두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너무 적은 것을 내놓았다”는 취지로 비판하며, 캐나다가 국가 경제와 주권을 훼손할 수 있는 합의에는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업장비, 펄프와 종이, 전자제품 등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막판까지 협상했지만…자동차·철강·농업과 ‘주권’이 쟁점


양국은 당초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놓고 비교적 낙관적인 신호를 보냈다. 실제로 미국은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고, 양국 정상과 고위 통상당국자들은 관세 발효를 앞두고 집중 협상을 벌였다.


카니 총리는 협상 과정에서 캐나다가 기존 보복조치 일부를 철회하고 미국산 주류의 캐나다 내 판매 제한 문제에서도 양보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동차를 비롯한 핵심 산업에 적용될 관세 조건과 캐나다의 정책적 자율성 문제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광물 문제도 협상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미국에 핵심광물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 정부가 협상의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관세 인하뿐 아니라 경제적 독립성과 국가 주권을 지키는 것이었다.


미국 측의 입장은 달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캐나다가 당초 논의됐던 합의를 최종 확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목재 등의 관세를 상당폭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캐나다에 미국 시장에서 주요 수출국 가운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그리어 대표는 캐나다가 새로운 요구를 내놓고 기존 약속 일부를 번복하면서 협상 균형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은 현재 캐나다와 새로운 협상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도 밝혔다.


1930년대 ‘스무트-홀리법’ 조항까지 동원한 트럼프


이번 관세 갈등은 단순한 양국 간 통상 마찰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미국은 1930년 제정된 관세법의 ‘섹션 338(Section 338)’을 근거로 캐나다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취하고 미국의 무역 조치에 보복하고 있다며 이 조항에 따른 50% 추가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 측은 캐나다가 미국산 주류를 판매대에서 제외하고, 유럽연합산 유제품에 더 유리한 시장 접근 조건을 제공했으며,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기업의 대캐나다 자동차 수출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섹션 338이 현대의 미국 통상정책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오래된 법 조항이라는 점이다. 향후 법적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이 법 조항은 다른 긴급 관세 조치와 달리 명확한 시간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법원이 제동을 걸지 않는 한 관세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서 전략적 경쟁 관계로


이번 협상 결렬은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이 단순히 철강이나 자동차, 유제품의 시장 접근 문제를 넘어 양국 관계 전반의 변화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캐나다 정부는 이미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기존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인식 아래 해외 시장과의 연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캐나다 총리실에 따르면 캐나다는 최근 1년 동안 5개 대륙에서 20개 이상의 무역 및 안보 관련 협정을 체결했으며, 앞으로 아세안과 인도 등과의 새로운 협력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캐나다 경제가 미국 시장과 맺고 있는 관계는 매우 깊다. 캐나다 수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


이번 관세 대상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의 신규 조치는 캐나다 전체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 수준에 그쳐 당장 미국 소비자 전체에 광범위한 충격을 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핵심은 관세의 금액보다 양국이 다시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에 들어갈 가능성이다.


AP통신은 양국의 신규 관세가 양국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오랜 경제 동맹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 경제통합의 시험대…USMCA 미래에도 그림자


이번 사태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미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이미 올해 USMCA 공동 검토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경제안보, 농업 등의 문제를 논의해 왔다. 그러나 북미 3국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 협정의 향후 개정과 유지 과정도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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