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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 ‘재추천’ 논란 확산…노경필 “의견 물었을 뿐” vs 민주당 “사퇴 종용”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8.2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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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김승원 의원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용민 X]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이미 추천한 후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후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사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확인되면서 대법관 제청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20일 오후 12시33분 자신의 X에 관련 내용을 올리고 “이미 끝난 추천을 백지화하고 ‘재추천’하는 방안에 대한 동의를 물었다”고 주장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노경필 처장에게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 1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노 처장이 대법관 후보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기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밝힌 사실이다.


노 처장에 따르면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제청이 장기간 지연되는 상황에서 여러 해결 방안 가운데 기존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추천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당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는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이었다.


노 처장은 이 방안이 성사되려면 추천된 후보자 4명 모두의 동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초 후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후보자는 수긍했지만 일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고, 노 처장은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추진할 수 없는 방안이어서 이를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노 처장은 자신이 후보자들에게 사퇴를 요구하거나 재추천에 동의하라고 압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 과정에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노 처장은 해당 방안을 “경색 국면을 풀어보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단순한 의견 확인으로 보지 않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X에서 “법원조직법상 추천위원회는 후보 추천과 동시에 해산된다”며 이미 종료된 추천 절차를 사실상 다시 진행하려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후보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동의 여부를 확인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후보자들에게 기존 추천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행 법원조직법 제41조의2 제8항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당 추천위원회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항은 추천위원회가 제청 대상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후보자로 추천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법원장은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법적으로 구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법원조직법에 ‘추천 이후 동일 후보자에 대한 재추천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지만, 노 처장이 후보자들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추천 절차를 실제로 개시한 것은 아니다. 노 처장의 설명대로 후보자들의 의견을 확인한 단계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 해당 방안은 폐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법에도 없는 재추천을 실제로 시행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미 추천이 끝난 상황에서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법원행정처가 검토하고 후보자들의 의견까지 확인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번 논란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둘러싼 장기간의 갈등과 맞물려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올해 1월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4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후 최종 제청 과정이 장기간 지연됐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9일 이들 후보 가운데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제청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대법원 사이에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를 두고도 정치권에서 논쟁이 이어졌다.


노경필 처장은 19일 법사위에서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상 대법원장에게 있다며 대법원장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후보자를 제청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절차를 사실상 무력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20일 노 처장의 후보자 접촉 사실을 문제 삼으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노 처장에게 책임을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를 ‘사퇴 종용’ 또는 ‘제2의 사법농단’에 비유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민주당이 문제 삼는 것은 누가 재추천 방안을 제안했으며, 어떤 목적에서 후보자들에게 동의 여부를 물었는가라는 부분이다. 노 처장은 대법원장의 지시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이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조 대법원장의 직접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 역시 조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재추천 검토 과정에 관여했는지 직접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처장에 대해서도 후보자들에게 연락한 경위와 재추천 방안이 제시된 과정 등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사안에서 확인된 사실과 정치권의 해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확인된 사실은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기존에 추천된 4명의 대법관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는 점, 후보자 중 일부가 반대하면서 해당 방안이 폐기됐다는 점, 그리고 노 처장이 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며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시도 없었다고 국회에서 설명했다는 점이다.


반면 이를 ‘사퇴 종용’으로 볼 것인지, 법원행정처의 단순한 갈등 해소 시도였는지, 또 조 대법원장이 해당 방안을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지시했는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결국 향후 핵심은 재추천 아이디어가 누구의 판단에서 시작됐는지, 후보자들에게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연락했는지, 조 대법원장이 이를 보고받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산된 것으로 보는 현행 법체계에서 추천 이후 새로운 절차를 검토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법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 인선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정치적 공방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실제 의사결정 과정과 법적 근거를 투명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논란이 대법관 제청권과 후보추천위원회 제도의 역할, 대통령과 대법원 사이의 협의 관행을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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