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대규모 행사서 온열질환 2만2000건 이상 보고
- 식수·휴식공간부터 행사시간 조정까지 “사전 대비로 상당수 예방 가능”
수만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축제에서 이제 ‘더위’도 중요한 안전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뜨거운 날씨에 장시간 머무는 데다 많은 사람이 밀집하면 체온을 식히기 어려워지고 온열질환 위험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월 1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축제, 종교행사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현장에서 극심한 더위가 심각한 건강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각국과 행사 주최 측의 대비를 당부했다.
WHO가 이번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대규모 행사를 다룬 연구에서 약 50만 건의 의료 조치 사례가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2만2000건 이상이 온열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위가 대규모 행사에서 더욱 위험해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겹친다. 오랜 시간 야외에서 햇볕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몰리면서 열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충분한 식수나 그늘, 냉방공간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피로와 익숙하지 않은 기후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WHO는 이러한 위험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행사장 안에 적절한 의료체계가 갖춰진 경우 환자의 90% 이상을 현장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온열질환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환자를 줄이고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WHO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행사에서 온열질환 예방 및 관리(Prevention and management of heat-related illness at mass gatherings)’를 위한 새로운 지침과 위험평가 도구를 내놨다.
새 지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폭염이 시작된 뒤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사 기획 단계부터 더위를 안전관리 요소에 포함하도록 한 점이다.
WHO는 참가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식수를 제공하고 그늘이나 냉방이 가능한 휴식공간을 확보하도록 권고했다. 기온과 폭염 위험이 높을 경우에는 행사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인파 관리, 현장 근무자 보호, 기상 및 환자 발생 상황 모니터링, 의료인력 배치와 참가자 대상 사전 안내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폭염에 대한 책임을 참가자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물을 자주 마시고 더위를 피하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행사 주최 측과 보건당국이 현장의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퀘 이헤퀘아주(Chikwe Ihekweazu) WHO 보건비상프로그램 사무총장도 극심한 더위를 대규모 행사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다뤄야 한다며 일관된 위험평가와 준비, 대응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행사에서의 폭염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는 배경에는 갈수록 잦아지는 극한 고온이 있다. WHO는 1950년대 이후 세계 대부분의 육지에서 극한 고온 현상이 더욱 빈번하고 강해졌으며, 지구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이러한 현상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연이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더위는 단순히 ‘불편한 날씨’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수만 명이 밀집한 공간에서는 개인의 건강 문제가 짧은 시간 안에 행사 전체의 안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WHO가 이번 지침에서 강조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폭염을 피할 수 없는 날씨로만 받아들이기보다, 미리 준비하고 관리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안전 위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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