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형성 유전자 작동 전 닫힌 염색질에 접근해 활성화 환경 조성하는 ‘개척자 전사인자’ 기능 확인
- 노화에 따른 골형성 능력 저하와 골재생 장애 연구에 새로운 단서, 국제학술지 ‘Cell Reports’ 게재
뼈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골형성 유전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유전자들이 작동하기도 전에 세포 내부에서는 뼈를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가 이뤄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골형성의 시작을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적 원리가 규명되면서 노화에 따른 골형성 능력 저하와 골재생 장애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마련됐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김우진 교수 연구팀은 전사인자 ETS1이 골형성 유전자가 활성화되기 전에 닫힌 염색질에 먼저 결합해 유전자 발현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개척자 전사인자(pioneer transcription factor)’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10월 27일자에 게재됐다.
뼈를 형성하는 골아세포는 미분화 세포가 특정 유전자들의 작용을 통해 분화하면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RUNX2와 같은 전사인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골형성 유전자들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전에 세포가 어떤 방식으로 유전체 환경을 준비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ETS1의 역할에 주목했다. ETS1은 DNA가 단백질에 감겨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인 ‘닫힌 염색질’에도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을 보였다. 일반적인 전사인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유전체 영역에 먼저 결합해 다른 조절인자가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서 개척자 전사인자로서의 기능을 확인한 것이다.
ETS1은 히스톤 아세틸화 효소인 p300을 유전체의 특정 영역으로 유도해 히스톤의 화학적 변화를 촉진했다. 히스톤은 DNA가 감겨 있는 단백질로, 여기에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골형성 관련 유전체 영역이 유전자 활성화에 유리한 상태로 미리 준비되는 ‘히스톤 사전 활성화(histone priming)’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RNA-seq, ATAC-seq, CUT&RUN, Micro-C 등 다양한 멀티오믹스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골아세포 분화 초기 단계에서 유전자 발현과 염색질 접근성, 히스톤 표지, 3차원 유전체 구조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일부 골형성 관련 유전체 영역은 분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활성 히스톤 표지를 갖춘 상태였으며, 이후 유전체의 3차원 구조가 상대적으로 비활성 상태인 B 구획에서 활성 상태인 A 구획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골형성 유전자의 발현 증가와 연결됐다.
특히 ETS1과 p300이 함께 결합하는 정도가 높은 유전체 영역일수록 활성 구획으로의 전환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는 ETS1이 단순히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골형성에 필요한 유전체 환경을 미리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ETS1의 기능을 억제하는 실험을 통해서도 이러한 작용을 확인했다. ETS1이 억제되자 p300의 결합과 히스톤 활성화가 감소했으며, 골형성 관련 유전체 영역의 정상적인 구조 전환과 골아세포 분화 과정에도 장애가 나타났다.
반대로 ETS1을 과발현했을 때는 골형성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유전자인 Osterix(Sp7) 주변에서 활성 히스톤 표지가 증가했다. 배아 마우스의 두개골 발달 조직에서도 ETS1이 초기 골형성 과정에 관여한다는 근거가 확인됐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골형성 연구에서는 RUNX2와 같이 뼈를 만드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들이 주로 주목받아 왔지만, 이러한 유전자들이 작동하기에 앞서 유전체가 어떻게 준비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ETS1이 닫혀 있는 염색질에 먼저 접근해 골형성 유전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개척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노화에 따른 골형성 능력 저하와 골재생 장애의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에 알려진 골형성 조절인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작동하기 이전에 유전체가 준비되는 별도의 조절 단계를 밝혔다는 데 있다.
특히 고령화에 따라 뼈의 재생 능력과 골격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골형성 초기의 분자적 조절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향후 관련 질환 연구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골형성 과정의 분자적 기전을 밝힌 기초연구로, ETS1을 활용한 치료법의 효과나 안전성이 사람에게서 입증된 것은 아니다. 실제 치료 기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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