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선호투표제' 도입 논란은 단순히 새로운 투표 방식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넘어 민주주의가 무엇으로 유지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선호투표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용되는 제도다. 유권자의 다양한 선호를 반영하고 결선투표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치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제도의 우수성만이 아니다. 그 제도를 모두가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번 논란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당내에서는 "혁신적인 제도"라는 평가와 함께 "당헌·당규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제기됐다. SNS에서도 "한 번의 투표로 끝낼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반응과 "절차적 정당성이 우선"이라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정치에서 승리는 언제나 중요하다. 선거는 승자를 가리는 과정이고,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한다. 하지만 승리만 남고 신뢰가 사라진다면 그 승리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패배한 사람도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절차가 공정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거 규칙이 모두의 동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결과도 존중받는다.
축구 경기에서도 경기 도중 규칙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어느 팀이 이기느냐보다 모든 선수가 같은 규칙 아래 경쟁했다는 믿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특히 정당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다. 당내 선거에서조차 절차를 둘러싼 불신이 생긴다면 국민은 정당의 민주주의를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 그리고 명확한 제도적 근거가 필요한 이유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지 상대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신뢰는 쌓인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구성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를 찾는 경쟁이 아니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규칙을 함께 만드는 과정이다. 승리는 한 번의 선거에서 얻을 수 있지만, 신뢰는 오랜 시간 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어떤 승리도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이번 선호투표제 논란 역시 특정 제도의 옳고 그름을 넘어, 우리 정치가 무엇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를 묻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있다. 승리보다 신뢰를 우선하는 정치, 그것이 민주주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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