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한남동 관저 이전 과정에서 제기된 이른바 '봐주기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유병호 감사위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검은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관련 진술이 의도적으로 수정·축소된 정황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관저 이전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감사원 내부와 대통령실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유병호 감사위원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감사위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감사 결과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이 주목하는 핵심은 대통령 관저 공사에 참여한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 과정이다. 21그램은 종합건설업 면허 없이 관저 공사를 총괄했다는 의혹과 함께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 관계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검은 감사원이 21그램 대표를 직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이 최종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수정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당시에는 "기계·설비 공사를 다른 업체에 하도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다른 업체와 협력 관계였다"는 표현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2024년 9월 공개된 감사원 관저 이전 감사보고서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러한 진술 변경이 단순한 문구 수정이 아니라 21그램의 실질적인 공사 총괄 여부를 희석하기 위한 이른바 '진술 마사지'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화 녹음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수사의 신빙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 내부 의사결정 과정도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2024년 5월 감사위원회의에서는 관저 감사 종료 보고안이 상정됐지만 일부 감사위원들이 21그램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고 반대하면서 의결이 무산됐다. 이후 실시된 직접 조사 결과가 최종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수정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당시 감사원 내부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검은 또 2023년 3월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 파견된 감사원 감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직후 관저 감사단장에게 21그램에 대한 대면조사를 서면조사로 변경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이미 대면조사를 통보한 상태였지만 이후 조사 방식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실과 감사원 간의 교감 여부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번 구속으로 특검은 감사원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대통령실 개입 여부를 보다 집중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감사 결과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보고서 내용이 어떤 경위를 거쳐 수정됐는지, 그 과정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유 감사위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이어가는 동시에 22일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21그램 선정 과정, 공사 계약 및 감사 과정에 대한 인식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유병호 감사위원의 구속이 단순히 개인의 형사책임을 넘어 감사원의 독립성과 공정성, 대통령실과 감사원 간 관계 전반을 규명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 수사가 감사원의 감사 절차 전반과 관저 이전 사업의 의사결정 구조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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