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이 지나간다
나무의 속살을 건드리며
보이지 않는 손이
산의 숨을 고른다
수천 년을 건너온 소리 하나가
뼈처럼 마른 대나무 속을 지나
시간을 울린다
소리는 곧 천지의 그림자
어디선가 불려온 가락 하나가
세상과 한 치 떨어져
숨과 숨 사이에 걸쳐있다
악보에도 없는 소리
조율도 거치지 않는 소리
오래 참아온 바람결에 얹혀
침묵 속으로 흘러간다
마른 댓속을 흘러나온 소리
산의 주름을 더 깊게 만들고
사라진 왕조와
돌아오지 않은 이름들을
부르고 있다
이내 사람마저 사라지고
소리만 흘러나오는 자리
소리마저 홀연히
사라져 버린 자리
솔바람이 다시 스친다
나무의 속살을 건드리며
보이지 않는 손 하나가
산의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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