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연구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외부 압력 속에서 자연이 어떻게 반응하고 재편되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연속이다. 특히 최근 학계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생태계의 변화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통념에 도전한 연구가 2026년 2월 18일 발표되었다. 연구 제목은 「Accelerated Warming Slows Down Ecosystem Turnover: Evidence for a Global Decline in Species Replacement Rates(가속화된 온난화는 생태계 교체율을 둔화시킨다: 전 지구적 종 대체율 감소의 증거)」이며, 에마뉘엘 은완크워(Emmanuel Nwankwo) 박사와 악셀 G. 로스버그(Axel G. Rossberg) 교수가 영국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에서 수행한 연구다.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지구 평균기온은 지난 수십 년간 빠르게 상승해 왔다. 기후대는 점차 이동하고 있으며, 폭염과 이상기후 현상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많은 생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기존 종을 서식지에서 밀어내고 새로운 종의 유입을 촉진함으로써 생태계 재편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다시 말해, 기후 변화는 생태계의 종 교체율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지난 100년간 축적된 해양·담수·육상 생태계의 글로벌 생물다양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뚜렷하게 가속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를 기점으로 비교한 결과, 특정 지역에서 기존 종이 사라지고 새로운 종이 유입되는 속도, 즉 종 교체율은 오히려 약 3분의 1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둔화 현상은 육상 조류 군집, 해저 무척추동물, 담수 생태계 등 다양한 환경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기온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들은 생태계 내부의 종 간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생태계는 단순히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수동적 체계가 아니라, 경쟁과 포식, 공생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역동적 네트워크다. 연구는 이론적으로 제시되어 왔던 ‘다중 끌개(Multiple Attractors)’ 상태가 실제 자연계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환경 조건이 일정하더라도 종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지속적인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마치 순환적인 경쟁 구조 속에서 어느 한 종도 장기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내부 역동성은 둔화되고 있을까. 연구진은 생물다양성 감소와 서식지 파괴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건강한 생태계는 넓은 지역 종 풀을 기반으로 새로운 종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교체 과정을 유지한다. 그러나 산림 파괴, 도시화, 농업 확장, 오염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역 종 다양성이 감소하면서 이동하고 정착할 수 있는 종의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생태계는 활발한 재편 과정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생태계가 반드시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종 변화의 둔화는 균형의 회복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력과 적응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역동성은 생태계의 핵심 특성이며, 지속적인 교체와 순환이 이루어질 때 생태계는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자연은 그 속도에 맞춰 빠르게 재편되기보다는 점차 느려지고 있다. 이 연구는 기후 대응 정책과 더불어 생물다양성 보전이 왜 시급하고도 필수적인 과제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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