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대 연구팀, 《네이처 기후변화》 발표… "넷제로는 온난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냉각의 출발점"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해도 지구온난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와 달리,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0)'로 유지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은 수세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강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의 장기적인 효과를 정량적으로 제시한 첫 연구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환경센터(Harvard University Center for the Environment)의 네이선얼 타시시(Nathaniel Tarshish) 박사를 비롯해 미국 프린스턴 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Geophysical Fluid Dynamics Laboratory)의 나디르 지반지(Nadir Jeevanjee) 박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아이네즈 펑(Inez Fung) 교수가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순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달성 후 수 세기 동안 지속될 냉각 효과(Multi-century cooling after net-zero greenhouse gas emissions)'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자연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2026년 7월 24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기후과학계에서 널리 사용돼 온 '제로배출 약속(Zero Emissions Commitment·ZEC)' 개념을 한 단계 발전시켜 '넷제로 배출 약속(Net-ZEC)'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기존 연구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만 중단하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했지만, 실제 탄소중립 정책은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등 다양한 온실가스를 함께 관리하고, 잔여 배출량은 탄소 제거 기술로 상쇄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팀은 최신 기후모델과 역사적 배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탄소중립이 달성된 이후에도 대기 중 온실가스의 조성과 복사강제력 변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지구 평균기온은 장기적으로 최소 0.6℃ 이상 하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그동안 일부 기후모델이 제시했던 '탄소중립 이후 기온이 현재 수준에서 거의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결과다.
연구진은 이러한 냉각 현상의 핵심 요인으로 메탄을 지목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갖지만 대기 체류기간은 약 10여 년으로 짧다. 탄소중립 정책이 시행되면 메탄 배출도 크게 감소하고 대기 중 농도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온난화 효과가 약화된다. 반면 이산화탄소는 장기간 대기에 남지만 자연적인 흡수 과정이 지속돼 장기적으로는 온난화 영향이 점차 줄어든다. 이러한 복합 효과가 수세기에 걸친 점진적인 기온 하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주도한 타시시 박사는 "탄소중립은 단순히 지구온난화를 멈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온실가스 순배출을 지속적으로 제로 상태로 유지한다면 지구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지반지 박사와 펑 교수도 "이번 연구는 현실적인 기후정책을 반영한 새로운 장기 예측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냉각 효과가 수십 년 안에 체감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냉각은 수백 년에 걸쳐 매우 느리게 진행되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현재까지 축적된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폭염과 극한강수, 해수면 상승 등 기후위기의 위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중립 달성을 늦추거나 중단할 경우 장기적인 냉각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기후과학계는 이번 연구가 탄소중립 정책의 장기적 효과를 보다 현실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자연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는 함께 게재한 해설 기사에서 "기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넷제로'를 넘어 필요에 따라 순마이너스(Net Negative) 배출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탄소중립이 단순히 지구온난화를 멈추는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구 기후를 다시 안정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효과는 수세기에 걸쳐 나타나는 만큼, 지금의 감축 노력이 미래 세대의 기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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