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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을 버틴 거인의 품속… 세계 유일 '나무 속 바'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8.0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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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 림포포(Limpopo)주, 모자자지스크루프(Modjadjiskloof) 인근에 위치한 선랜드 바오밥(Sunland Baobab) 나무 [사진=no context humans]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술집이 있었다. 건물이 아닌, 수령 약 1,000년이 넘는 거대한 바오밥나무의 속을 그대로 활용해 만든 '나무 속 바(Tree Bar)'다. 이곳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수십 년간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지만, 결국 자연의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림포포(Limpopo)주 모자자지스크루프(Modjadjiskloof) 인근에 위치했던 '선랜드 바오밥(Sunland Baobab)'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바오밥나무(Adansonia digitata) 가운데 하나였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결과 수령은 약 1,000~1,100년으로 추정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이보다 더 오래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나무는 높이 약 22m, 둘레 약 47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특히 바오밥 특유의 생태적 특성으로 줄기 내부가 자연스럽게 비어 있었고, 그 공간은 사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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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 ▲ 남아프리카공화국 림포포(Limpopo)주, 모자자지스크루프(Modjadjiskloof) 인근에 위치한 선랜드 바오밥(Sunland Baobab) 나무의 동굴 모습 [사진=no context humans]

 

 

자연이 만든 세계 유일의 '나무 속 바'


1993년 농장 소유주들은 거대한 공동(空洞)을 활용해 독특한 바를 조성했다.


나무 내부에는 테이블과 의자, 생맥주 설비, 와인 저장 공간까지 갖춰졌으며, 내부 온도는 연중 약 22℃ 안팎으로 유지돼 천연 와인셀러 역할도 했다. 최대 60명가량이 동시에 머물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넓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인공 건축물이 아닌 살아 있는 나무 내부에서 음료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경험이었다. 수많은 여행 전문지와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며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술집'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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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 ▲ 남아프리카공화국 림포포(Limpopo)주, 모자자지스크루프(Modjadjiskloof) 인근에 위치한 선랜드 바오밥(Sunland Baobab) 나무의 빈 공간이 레스토랑으로 사용된 모습 [사진=no context humans]

 

 

천 년의 시간을 견디다 결국 무너지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버텨온 거대한 생명도 자연의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2016년 8월, 선랜드 바오밥의 거대한 줄기 일부가 갑작스럽게 갈라져 무너졌고, 이듬해인 2017년 4월에는 또 다른 주요 줄기가 붕괴되면서 내부 공간 대부분이 파손됐다.


결국 나무 속 바는 영구 폐쇄됐으며, 세계적인 관광 명소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시 일부 연구에서는 기후변화와 극심한 가뭄이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남아프리카 지역은 장기간 이상고온과 가뭄을 겪으며 대형 바오밥의 집단 고사가 보고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는 바오밥 특유의 여러 줄기로 이루어진 구조와 노화에 따른 자연 붕괴도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자연적인 생물학적 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가 던지는 상징


선랜드 바오밥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천 년 넘게 생명을 이어온 거대한 나무는 인간에게 쉼터를 제공했고, 그 품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자연환경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 공간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오늘날 선랜드 바오밥은 더 이상 술집으로 운영되지 않지만, 남아 있는 줄기와 흔적은 여전히 많은 방문객들에게 자연의 위대함과 생명의 유한함을 동시에 일깨워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 산불 등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선랜드 바오밥의 이야기는 단순한 관광 명소의 소멸을 넘어 인류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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