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바다에 잠긴 2,000년의 로마 도시 '바이아이'…역사와 자연이 함께 보존한 수중 박물관

  • 윤슬 기자
  • 입력 2026.08.06 07:5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1.jpg
▲ 고대 로마 도시 바이아이(Baiae)의 계단과 건물의 출입구가 그대로 바다와 연결되고, 맑은 바닷속에는 로마 시대의 모자이크 바닥과 대리석 건축물이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 [사진=Historic Vids X]

 


이탈리아 나폴리만 인근의 고대 로마 도시 바이아이(Baiae)가 최근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Historic Vids의 X와 역사·여행 콘텐츠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계단과 건물의 출입구가 그대로 바다와 연결되고, 맑은 바닷속에는 로마 시대의 모자이크 바닥과 대리석 건축물이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아이는 단순한 관광 명소나 인터넷 화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고고학자와 지질학자들이 연구를 이어온 세계적인 수중 문화유산이자, 고대 로마의 역사와 자연환경의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살아있는 연구 현장이다.


바이아이는 기원전 1세기부터 서기 4세기까지 로마 제국 최고의 휴양도시로 번영했다.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해안 경관 덕분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네로,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비롯한 로마의 황제와 귀족들이 이곳에 화려한 별장과 목욕시설을 조성하며 최고의 사교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당시 도시에는 대규모 로마식 목욕시설(테르마에), 해안 별장, 신전, 항만시설과 부두가 들어섰고, 부유층의 생활을 상징하는 고급 건축물이 해안선을 따라 이어졌다. 바이아이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로마 제국의 부와 권력, 그리고 화려한 생활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해양도시였다.


오늘날 이 도시가 바닷속에 잠겨 있는 이유는 흔히 생각하는 대규모 지진이나 쓰나미 때문이 아니다. 바이아이는 활화산 지대인 캄피 플레그레이(Campi Flegrei) 칼데라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브라디세이즘(Bradyseism)'이라 불리는 독특한 지질 현상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브라디세이즘은 지하 마그마의 이동과 열수 활동에 의해 지반이 매우 천천히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자연현상이다. 바이아이 해안은 수세기에 걸쳐 지속적인 지반 침하를 겪었고, 결국 도시 일부가 점차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현재 주요 유적은 수심 약 5~15m 아래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오히려 바닷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유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상당수 건축물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다.


수중에서는 당시 로마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다양한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귀족들의 별장과 로마식 욕장, 항만시설, 기둥과 회랑, 정교한 오푸스 섹틸레(Opus Sectile) 장식, 화려한 모자이크 바닥, 어류 양식장(Piscina) 등이 지금도 선명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바닷속 모자이크에는 산호와 해조류, 물고기 등 해양생물이 함께 서식하면서 인간의 문화유산과 자연생태계가 공존하는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탈리아 정부는 2002년 바이아이 일대를 '바이아이 수중고고학공원(Submerged Archaeological Park of Baia)'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현재는 전문 다이버뿐 아니라 유리 바닥 보트를 이용한 탐방 프로그램도 운영되며, 일반 관광객도 바닷속에 잠든 로마 도시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고해상도 해저 음향탐사와 3차원 디지털 복원 기술이 적극 활용되면서 수중 유적의 구조와 도시 배치에 대한 연구도 한층 정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발굴과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25년에는 상태가 매우 양호한 로마 시대 목욕시설이 새롭게 확인됐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이 유적이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Cicero)의 별장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 최종적인 고고학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바이아이가 여전히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는 세계적인 연구 현장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바이아이를 단순히 바다에 잠긴 고대 도시가 아니라 지질학과 고고학, 해양생태학이 융합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평가한다. 수세기에 걸친 자연의 변화는 도시를 바닷속으로 사라지게 했지만, 역설적으로 로마 시대의 건축과 생활문화를 후대에 전하는 천연 보존고 역할도 수행했다.


2천 년의 시간을 품은 바이아이는 인간 문명과 자연환경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역사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바닷속에 잠든 로마의 흔적은 오늘날에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역사와 자연이 함께 만들어낸 살아있는 박물관으로서 새로운 연구와 발견을 이어가고 있다.

ⓒ 이이티뉴스 & eet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지속가능한 여행 1] 사막의 오일머니에서 지속가능 여행의 중심으로... GCC, 2026년 세계 관광 패러다임을 다시 쓰다
  • 바다에 잠긴 2,000년의 로마 도시 '바이아이'…역사와 자연이 함께 보존한 수중 박물관
  • 캐나다 정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클레이오쿼트 사운드' 조명… 온라인상에서 열띤 호응 이어져
  • 찰스 3세 국왕, 스코틀랜드 '메이 하이랜드 게임' 참석… 전통 킬트 차림에 왕실 팬들 환호 및 왕위 계승 논쟁 재점화
  • 스릴러(Thriller), 빌보드 차트 728주 진입 대기록 달성…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남긴 영원한 유산과 팬들의 뜨거운 환호
  • 비대면진료 이용자 10명 중 6명
  • UN, 세계인권선언 초기 초안 공개… “자유·평등·정의의 이정표”
  • 펠로시 전 의장, 오바마 생일 축하… “오바마 프레지덴셜 센터는 미국인 위한 웅장한 선물”
  • 1,000년을 버틴 거인의 품속… 세계 유일 '나무 속 바'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
  • 베르티스, ‘MSD 헬스 이노베이션 서밋’ 수상…AI 기반 신약 타깃 발굴 기술 주목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바다에 잠긴 2,000년의 로마 도시 '바이아이'…역사와 자연이 함께 보존한 수중 박물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