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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년 진흙 속에서 발견된 ‘워런 마스토돈’… 1만1천 년 전 북미 생태계와 멸종의 비밀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8.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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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5년 진흙 속에서 발견된 ‘워런 마스토돈’ [사진=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X]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AMNH)이 15일 X 공식 계정에 소개한 ‘워런 마스토돈(Warren mastodon)’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물관은 이 표본을 1845년 뉴욕주 뉴버그(Newburgh) 인근에서 이탄 연료를 채취하던 작업자들이 발견했으며, 미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완전한 아메리칸 마스토돈 골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시된 골격의 뼈가 실제 화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워런 마스토돈은 학명 Mammut americanum으로 알려진 아메리칸 마스토돈의 거의 완전한 골격이다. 오늘날의 코끼리와 비슷한 외형을 지녔지만 직접적인 가까운 친척은 아니며, 코끼리와 매머드 계통에서 약 2,500만 년 전 갈라진 것으로 설명된다. 마스토돈과 매머드는 모두 장비목(Proboscidea)에 속하지만, 생태적 적응은 상당히 달랐다.


진흙 속에 보존된 ‘마지막 순간’


워런 마스토돈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골격이 크고 완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발견 당시 골격은 동물이 죽은 자세에 가까운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AMNH에 따르면 마스토돈은 약 1만1천 년 전 호수나 습지 환경에서 진흙에 빠졌고,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다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골격 대부분은 조개껍데기가 섞인 약 3피트(약 0.9m) 두께의 호성 퇴적물인 셸 말(shell marl)에 묻혀 있었으며, 그 위로 이끼와 이탄층이 덮여 있었다. 이러한 퇴적 환경이 뼈를 부식과 포식동물의 접근으로부터 장기간 보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골격은 발가락뼈 일부와 꼬리뼈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당시 발견된 화석에는 장의 내용물로 추정되는 식물성 물질도 함께 보존돼 있었다. 이 때문에 워런 마스토돈은 단순한 골격 표본을 넘어 당시 동물의 생태와 먹이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실제 상아는 한때 ‘가짜 상아’로 교체됐다


현재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에는 흥미로운 복원 역사가 있다.


1849년 보스턴의 워런 자연사박물관에서 처음 전시될 당시 마스토돈의 상아는 발굴 직후부터 빠르게 부서지기 시작했다. 결국 전시를 위해 원래 상아 일부를 잘라내고 약 11피트 길이의 종이죽(papier-mâché) 모형을 만들어 대신 장착했다.


이후 1906년 워런 박물관의 소장품이 미국 자연사박물관으로 넘어오면서 원래 상아 조각도 함께 뉴욕으로 옮겨졌다. 박물관 연구진은 흩어져 있던 상아 조각을 맞추는 과정에서 상아의 실제 길이가 약 8피트 6인치(약 2.59m)였음을 확인했다. 상아의 성장륜을 이용한 분석을 통해 이 개체가 죽었을 당시 나이는 약 30세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 과정은 19세기 박물관 전시와 현대 고생물학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화석을 가능한 한 웅장하게 보이도록 복원하는 일이 중요했지만, 현재는 원본 화석과 복원재료를 구분하고 화석 자체가 제공하는 과학적 정보를 보존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둔다.


마스토돈은 매머드와 무엇이 달랐나


마스토돈과 매머드는 흔히 같은 종류의 동물로 오해되지만 치아 구조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마스토돈의 어금니에는 뾰족한 원추형 돌기가 발달해 있었다. 이는 나뭇가지와 잎, 줄기 등 목질성 식물을 으깨는 데 적합한 형태였다. 반면 매머드의 어금니에는 능선 형태의 구조가 발달해 있어 풀을 갈아 먹는 데 유리했다. 이런 치아 차이는 두 동물이 서로 다른 생태적 지위를 차지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실제로 고생물학 연구에서 아메리칸 마스토돈은 주로 숲과 습지에 서식하면서 나무와 관목의 잎, 어린 가지 등을 먹는 ‘브라우저(browser)’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주로 탁 트인 초원과 툰드라 환경에서 풀을 뜯었던 털매머드와 대비된다.


‘마지막 식사’가 남긴 과학적 단서


워런 마스토돈의 과학적 가치는 1845년 발굴 당시로 끝나지 않았다.


AMNH 연구진은 골반 아래에서 발견된 소화된 나뭇가지와 잔가지에 대한 19세기의 상세한 기록을 현대 연구와 연결했다. 2006년 연구에서는 이 자료가 플로리다에서 발견된 마스토돈 배설물 화석을 판별하는 데 활용됐다. 즉, 160여 년 전 기록된 한 마스토돈의 장 내용물이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의 정체를 확인하는 비교자료로 활용된 것이다.


플로리다 등지에서 발견된 마스토돈 배설물 연구에서도 나뭇가지와 목질 식물의 흔적이 풍부하게 확인됐다. 이러한 자료는 마스토돈이 단순히 ‘큰 코끼리 같은 동물’이 아니라 특정한 산림·습지 생태계에 적응한 대형 초식동물이었음을 보여준다.


고대 DNA가 바꾼 마스토돈의 이동사


최근 연구는 워런 마스토돈이 속한 종을 이해하는 방식도 크게 바꾸고 있다.


2020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북미 각지에서 나온 33개 마스토돈 화석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마스토돈이 한 지역에 정착해 있던 동물이 아니라 빙하가 확장하고 후퇴하는 과정에서 서식지가 변할 때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북쪽으로 숲과 습지가 확대되면 마스토돈이 북쪽으로 이동했고, 기온이 내려가고 빙하가 확대되면 다시 남쪽으로 이동하거나 지역적으로 사라졌던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연구는 마스토돈이 알래스카와 유콘에서부터 캐나다 동부의 노바스코샤, 미국 전역을 거쳐 멕시코 중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다만 북쪽으로 이동한 개체군은 유전적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환경 변화에 더욱 취약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5년 연구, 마스토돈은 하나의 계통이 아니었을 가능성


이러한 연구는 2025년 발표된 고대 DNA 연구에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연구진은 화석화된 뼈와 치아, 상아에서 고대 DNA를 추출해 마스토돈의 계통과 이동 경로를 다시 분석했다. 연구 결과 북미의 마스토돈 개체군은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유전적으로 훨씬 다양했으며, 기후 변화에 따라 북미 대륙 곳곳을 반복적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서부의 태평양 마스토돈(Mammut pacificus)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분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알버타까지 이어지는 분포가 확인됐으며, 이 지역에서 태평양 마스토돈과 아메리칸 마스토돈 계통이 만나거나 교배했을 가능성도 연구 대상으로 제시됐다. 다만 두 계통의 분류와 상호관계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부 북미에서도 서로 다른 시기에 여러 차례 마스토돈 개체군이 유입된 흔적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빙하가 녹고 기후가 따뜻해질 때 새로운 숲과 습지가 북쪽으로 확장되면서 마스토돈의 이동 통로가 열렸고, 다시 기후가 냉각되면 남쪽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왜 마스토돈은 사라졌나


아메리칸 마스토돈은 약 1만1천 년 전 북미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 멸종 원인은 아직 하나의 요인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연구자들은 빙하기 말 급격한 기후변화와 인간의 사냥, 서식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특히 북미에서 마스토돈을 포함한 대형 포유류가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사라졌기 때문에 인간의 대형동물 사냥이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과잉사냥(overkill)’ 가설도 꾸준히 논쟁의 대상이 됐다.


2021년 Nature Communications 연구는 북미 후기 제4기 대형 포유류의 방사성탄소 자료를 분석해 인간 개체군 변화와 대형 포유류 개체수 감소 사이에 지속적인 통계적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반면 기온 하락과 대형 포유류 개체수 감소 사이에는 일관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빙하기 말의 급격한 냉각과 계절성 변화, 식생 변화 등이 멸종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 결과가 인간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인간이 서식지 연결성을 약화시키거나 이미 감소한 개체군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 등 보다 복잡한 방식의 인간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의 과학적 논의는 ‘기후냐 인간이냐’라는 단순한 양자택일보다는 지역과 시기에 따라 여러 요인이 서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845년의 골격이 오늘날에도 중요한 이유


워런 마스토돈은 단순히 오래된 화석을 전시한 표본이 아니다. 발견 당시의 자세와 퇴적 환경, 보존된 식물성 장 내용물, 원래 상아 조각, 성장륜과 골격 형태가 함께 남아 있어 약 1만1천 년 전 북미의 환경을 복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시간 캡슐’에 가깝다.


무엇보다 최근의 고대 DNA 연구는 마스토돈이 기후 변화에 따라 북미 대륙을 반복적으로 이동했으며, 서로 다른 지역 개체군이 독자적인 진화사를 가졌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845년 뉴욕의 한 습지에서 발견된 거의 완전한 골격이 21세기 유전체 연구와 연결되면서, 한 개체의 죽음이 수만 년에 걸친 기후 변화와 동물의 이동, 진화와 멸종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워런 마스토돈은 현재 미국 자연사박물관(AMNH)의 폴 앤드 이르마 밀스타인 고등 포유류관에서 매머드와 함께 전시되고 있다. 박물관은 이 표본을 지금까지 발견된 마스토돈 골격 가운데 가장 완전한 사례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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