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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T 여행] 다리 위에 남은 시간의 흔적...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남부 모스타르(Mostar)를 걷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5.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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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남부 모스타르(Mostar) 다리 모습 [사진=EET뉴스]

 

발칸반도의 깊은 시간 속에는 전쟁의 상처와 아름다움이 동시에 남아 있는 도시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모스타르(Mostar)는 가장 강렬한 기억을 품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남부에 자리한 이 도시는 에메랄드빛 네레트바 강과 오스만 제국 시대의 석조 건축물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모스타르라는 이름은 ‘다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도시의 중심에는 16세기 오스만 시대에 건설된 상징적인 석조 다리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가 자리하고 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이 다리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동서양 문화와 종교,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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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남부 모스타르(Mostar) 중세 도시 모습 [사진=EET뉴스]

 

모스타르의 골목은 천천히 걸을수록 더욱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래된 돌길 양옆에는 전통 공예품 상점과 카페, 작은 레스토랑이 이어지고, 거리에서는 터키풍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오스만 문화와 유럽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인 풍경은 다른 유럽 도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여름철이면 현지 다이버들이 스타리 모스트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드는 전통 다이빙 공연이 열린다. 수십 미터 아래 차가운 강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은 관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전통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에는 모스타르를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도시에는 깊은 상처도 남아 있다.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 당시 스타리 모스트는 파괴되었고, 도시는 전쟁의 중심에 놓였다. 이후 국제 사회와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리는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었으며, 지금은 화해와 재건의 상징으로 다시 서 있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물들과 새롭게 복원된 거리 풍경은 모스타르가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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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남부 모스타르(Mostar)에 주택에 터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EET뉴스]

 

모스타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느린 일상에 있다. 강가 카페에 앉아 현지식 보스니아 커피를 마시거나, 전통 음식인 체바피(Ćevapi)를 맛보며 석양이 내려앉는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이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삶의 감각을 회복하게 만드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밤이 되면 스타리 모스트와 네레트바 강 주변에는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고, 오래된 석조 건물들은 더욱 깊은 분위기를 드러낸다. 전쟁과 복원,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스타르는 여행자에게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유럽의 화려한 대도시와는 다른 결을 가진 이 작은 도시는, 오히려 천천히 바라볼수록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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