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스트레스가 인간의 추론 능력과 기억 통합 과정을 어떻게 방해하는지를 규명한 연구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면접·시험·발표와 같은 압박 상황에서 사람들이 왜 평소보다 통찰력과 추론 능력이 떨어지는지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는 독일 함부르크 대학교(University of Hamburg)의 인지심리학자 라르스 슈바베(Lars Schwabe)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논문은 2026년 5월 22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연구의 핵심 개념은 해마(hippocampus)가 수행하는 ‘기억 통합(memory integration)’ 기능이다. 해마는 과거 경험과 새로운 정보를 연결해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뇌 구조로 알려져 있으며,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에 매우 취약한 영역이다. 연구팀은 급성 스트레스가 이 기억 통합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실험에는 총 121명의 참가자가 참여했다. 첫째 날 참가자들은 동물 이미지와 얼굴·풍경 이미지를 짝지어 기억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둘째 날에는 참가자 절반이 가상의 직무 면접과 복잡한 암산 과제를 수행하는 스트레스 상황(simulated job interview stress)에 노출됐다. 반면 대조군은 자유 주제 발표와 간단한 계산 과제를 수행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새롭게 제시된 정보 속에서 기존 기억과 연결해 추론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이 기억 간 연결 능력과 추론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기억 간 관계를 통합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relational inference ability)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뇌 영상 분석에서는 해마(hippocampus)의 활성과 기능적 연결성(functional connectivity)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트레스가 단순히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연결하는 ‘인지적 통합 과정(cognitive integration process)’ 자체를 약화시킨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부 전문가로 참여하지 않은 미국 오리건 대학교(University of Oregon)의 신경과학자 브라이스 쿨(Brice Kuhl)은 “행동 실험과 뇌 영상 데이터를 결합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실제로 무엇이 손상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교육, 채용 면접, 군사 의사결정, 의료 판단처럼 고압적 환경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단순한 기억 회상보다 ‘기억 간 연결 능력’이 먼저 저하될 수 있으며, 따라서 중요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환경과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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