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이 단순한 해수면 상승 문제를 넘어 심해 생태계의 구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한 빙산의 이동이 북극 심해 바닥에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어내며 생물다양성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온난화가 해빙과 빙하에 미치는 영향이 심해 생태계까지 연쇄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 제목은 ‘증가한 북극 빙산 이동이 저서생물 다양성을 재편하다(Amplified Arctic iceberg traffic reshapes benthic biodiversity)’이다. 연구는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Alfred Wegener Institute)를 비롯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수행했으며,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026년 6월 10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북극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프람 해협(Fram Strait)에서 지난 수십 년간 빙산 이동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2000년 이전 평균 빙산 관측 빈도는 약 4.9% 수준이었으나 이후에는 25.6%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극 빙하의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더 많은 빙산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의 핵심은 빙산이 단순히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 암석과 퇴적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은 이동 과정에서 다양한 암석을 품고 있으며, 이동 중 녹으면서 이 암석들을 심해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연구진은 이러한 암석을 ‘드롭스톤(Dropstone)’이라고 설명했다.
북극 심해 바닥은 대부분 부드러운 진흙과 퇴적물로 덮여 있어 해면동물이나 산호류, 말미잘과 같은 생물들이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드롭스톤은 단단한 기반을 제공해 다양한 생물이 부착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서식지 역할을 한다. 실제 조사 결과 드롭스톤이 증가한 지역에서는 해면동물과 자포동물 등 저서생물의 종 다양성과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독일 쇄빙연구선 폴라슈테른(Polarstern)의 40여 년에 걸친 항해 자료와 해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변화를 확인했다. 또한 위성 관측과 빙산 이동 모델을 활용해 빙산의 기원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의 빙산이 그린란드 북동부와 러시아 북극권의 세베르나야젬랴(Severnaya Zemlya), 프란츠요제프랜드(Franz Josef Land) 지역 빙하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린란드의 자카리아 이스트룀 빙하(Zachariæ Isstrøm Glacier)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급격한 후퇴와 붕괴를 겪었으며, 이 시기가 프람 해협의 빙산 증가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대기와 해양의 온도 상승, 해빙 감소 등이 이러한 빙하 붕괴를 촉진한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빙 감소는 빙산의 이동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에는 두꺼운 해빙이 빙산의 이동을 제한했지만 최근에는 해빙이 크게 줄어들면서 빙산이 더 빠르고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암석과 퇴적물이 더 넓은 해역의 심해 바닥으로 운반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생태계 변화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해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심해 생태계의 종 구성과 먹이망 구조를 변화시켜 예측하기 어려운 생태학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북극의 얼음을 녹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심해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까지 유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현재 북극에서 관찰되는 현상이 과거 빙하기 종료 시기에 발생했던 대규모 빙산 방출 현상의 축소판일 수 있으며, 앞으로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북극 심해 생태계의 변화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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