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는 항노화 의학과 노화 치료제 개발 분야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정도를 기반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후성유전학 시계(Epigenetic Clock) 가 가장 널리 활용돼 왔지만, 실제 세포가 어떤 기능적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유전자 발현(Transcriptome) 을 이용해 생물학적 노화와 사망 위험을 동시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전사체 시계(Transcriptomic Clock) 가 개발되면서 노화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번 연구는 '포유류의 보편적인 전사체 기반 노화 및 사망의 특징(Universal Transcriptomic Hallmarks of Mammalian Ageing and Mortality)' 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제1저자는 Alexander Tyshkovskiy, 교신저자는 Vadim N. Gladyshev(Harvard Medical School)이며, 2026년 5월 27일 온라인 공개된 뒤 2026년 6월 4일자 Nature(Vol. 654)에 게재됐다. 연구에는 미국, 일본, 유럽 연구진이 공동 참여했으며, 4종의 포유류에서 확보한 1만1000개 이상의 전사체(Transcriptome)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새로운 생물학적 노화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진은 생쥐, 쥐, 마카크원숭이, 인간 등 4종의 포유류에서 25개 이상의 조직으로부터 확보한 1만1000여 개의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 데이터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 분석기법으로 통합했다. 그 결과 종(種)과 조직이 달라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노화 관련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발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나이와 기대수명, 사망 위험을 동시에 예측하는 전사체 시계(Transcriptomic Clock) 를 개발했다.
새로운 전사체 시계(Transcriptomic Clock) 는 단순히 실제 나이를 맞추는 데 그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이 모델은 노화를 늦추는 약물이나 유전자 조작, 식이 제한(Caloric Restriction) 등의 수명 연장 개입 효과를 민감하게 반영했으며, 인간 혈액에서는 사망까지 남은 기간(Time to Death) 을 예측하는 성능이 기존의 2세대 DNA 메틸화 시계(Second-generation DNA Methylation Clock) 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물학적 노화를 보다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진은 세포 노화와 관련된 변화가 특정 조직에 국한되지 않고 줄기세포, 면역세포, 간세포, 근육세포 등 대부분의 세포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염증(Inflammation) 과 세포 손상, 대사 이상(Metabolic Dysfunction), 세포 노화(Cellular Senescence) 와 관련된 유전자들의 활성이 증가한 반면, 조직 재생과 세포 분열, 항상성(Homeostasis) 유지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포유류 전반에 걸쳐 매우 일관되게 관찰됐다.
연구에서는 대표적인 노화 관련 유전자인 CDKN1A와 LGALS3가 특히 중요한 지표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들 유전자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농도가 실제 사람의 사망 위험과 복합 만성질환 발생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영국의 대규모 인체 데이터인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분석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재현됐다.
또한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역분화(Reprogramming), 젊은 개체와 혈액을 공유하는 이종연령 혈액순환(Heterochronic Parabiosis), 초기 배아 발달 과정에서는 전사체 시계(Transcriptomic Clock) 가 다시 젊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반대로 염증 유도, 방사선 조사, 세포 노화 유발(Cellular Senescence Induction) 등 손상을 가하는 실험에서는 노화 신호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사체 시계(Transcriptomic Clock) 가 실제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해석 가능성(Interpretability) 을 꼽았다. 기존 후성유전학 시계(Epigenetic Clock) 는 높은 정확도를 보이지만 왜 노화가 진행되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던 반면, 전사체 시계(Transcriptomic Clock) 는 염증, 대사, 면역, 조직 재생 등 각각의 생물학적 경로가 노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개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특정 항노화 치료제가 어떤 경로를 개선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차세대 항노화 치료제 개발과 임상시험의 평가 기준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전사체 시계(Transcriptomic Clock) 는 단순한 연령 예측을 넘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Personalized Healthcare), 질병 위험 예측, 노화 치료제 효능 검증, 건강수명(Healthspan) 연장 전략 수립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구진은 현재 단계에서는 연구용 도구이며,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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