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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700m 절벽에 얹힌 집… 100년 전 ‘하얀 전쟁’의 흔적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8.0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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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의 돌로미티(Dolomites) 지역 해발 2,700m(9,055피트) 고지대에 세워진 산악 대피소(Alpine Shelter). [사진=Eagiel Earth & Universe]

 

역사적 사료와 희귀 영상 등을 공유하는 X계정 'Historic Vids'에 사진 한 장이  2일 올라와 전 세계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천 미터 높이의 까마득한 암벽 한가운데, 마치 주사위를 파묻어 놓은 듯 얹혀 있는 작고 낡은 목조 대피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 기묘한 건축물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의 돌로미티(Dolomites) 지역 해발 2,700m(9,055피트) 고지대에 세워진 산악 대피소(Alpine Shelter)이다. 당시 이탈리아 전선은 유럽에서도 가장 참혹하고 가혹한 전장 가운데 하나였다. 이곳에 투입된 병사들은 적군의 총탄과 포탄뿐만 아니라 희박한 공기와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한, 언제 덮칠지 모르는 대형 눈사태와도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다. 이른바 '하얀 전쟁(White War)'이라 불린 이 잔혹한 산악전 속에서 병사들은 생존을 위해 절벽 바위틈을 깎아 대피소를 지었다.


중장비는 물론 자재를 운반하는 것조차 어려운 암벽 지형이었기 때문에 이 대피소는 병사들의 맨손과 단순한 도구만으로 완성됐다. 그렇게 10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오던 대피소는 2021년과 2022년 사이 닥친 폭설로 일부 구조가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이탈리아 군 당국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진행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되찾았다. 지금은 전문 등반 장비를 갖춘 사람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역사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게시물이 공개된 이후 온라인에서는 당시 병사들이 겪었던 극한의 환경에 대한 놀라움과 애도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대포조차 등반 허가증이 필요했을 법한 위치"라고 표현하며 경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오스트리아-웅가리 군이 마르몰라다 빙하 아래 해발 3,000m 지점에 터널과 주방, 침실, 예배당까지 갖춘 총연장 12km 규모의 비밀 '빙하 도시'를 건설했던 역사적 사실을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전쟁이라는 비극, 그리고 그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버텼던 인간의 집념이 교차하는 이 작은 대피소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알프스의 거센 바람을 맞으며 그날의 역사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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