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의 임금·성과급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까지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마지막 수단으로 거론되는 ‘긴급조정권’을 검토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간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조정을 종료했다. 노조 측 요청에 따라 별도의 조정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중노위는 노사가 원할 경우 추가 사후조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협상의 문은 열어뒀다.
노사 간 자율교섭 가능성도 남아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첫 파업 당시에도 사후조정 단계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후 자율협상을 재개해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등을 둘러싼 견해차가 큰 만큼 총파업 전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업계의 관심은 법원의 판단에도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쟁의행위를 중단해달라며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13일 2차 심문기일을 열고 관련 내용을 심리하고 있으며, 파업 예정일 하루 전인 20일까지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다만 법원이 회사 측 일부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총파업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처분 신청은 위법성이 인정되는 쟁의행위에 한정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따른 파업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쟁의행위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국민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이후 30일간 파업을 재개할 수 없다. 그 기간 동안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및 중재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 국면에서 생산 공백이 발생하면 해외 고객 이탈과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총파업은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라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포함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발동 여부와 별개로 정부의 검토 자체가 노사 모두에 협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는 긴급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사 자율교섭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가 개입에 앞서 대화를 통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당장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 문제는 가능한 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선을 그었다.
다만 총파업이 현실화해 반도체 생산과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정부 대응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노사 간 추가 협상과 법원 판단, 정부의 대응 방향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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