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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기억 사이에서 인간을 묻다… 에티오피아 현대미술가 다윗 아베베(Dawit Abebe)의 예술 세계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5.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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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현대미술가 다윗 아베베(Dawit Abebe)가 자신의 작품앞에서 관람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Dawit Abebe 인스타그램]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 담론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에티오피아(Ethiopia) 출신 현대미술가 다윗 아베베(Dawit Abebe)가 사회와 기술, 권력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독창적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단순히 ‘아프리카 미술(African Art)’이라는 범주 안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시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역사적 기억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1978년 에티오피아(Ethiopia)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태어난 아베베는 Addis Ababa University Alle School of Fine Arts and Design(아디스아바바대학교 알레 미술·디자인학교)에서 회화와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졸업 이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 현대미술 신(Scene)의 중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하베샤 아트 스튜디오(Habesha Art Studio)를 공동 창립하며 에티오피아 현대미술의 국제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의 작품 세계는 기술 발전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를 탐구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대표 연작인 《엑스 프라이버시(X Privacy)》(2012)는 디지털 시대 사생활 침해와 감시 문제를 다뤘으며, 《백그라운드(Background)》(2014~2015)에서는 역사와 권력,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삶에 남기는 흔적을 시각화했다. 이후 발표한 《모빌리티 시대의 경계(Liminal in the Age of Mobile-ty)》(2018)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인간 관계와 소통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탐색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아베베의 회화는 단순한 이미지 재현이 아니라 복합적인 시간의 층위를 담아낸다. 그는 작품 속에 학교 노트, 정부 문서, 기록물 등을 콜라주 형식으로 삽입하며 개인 기억과 국가 역사, 제도 권력이 얽혀 있는 구조를 드러낸다. 강렬한 색채와 파편화된 인물 형상은 도시화와 기술 발전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그의 작품은 ‘기술이 인간을 연결하는가, 혹은 고립시키는가’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진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네트워크가 현대 사회의 필수 도구가 되었지만, 동시에 인간 소통을 단절시키고 감시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그의 작업 전반에 흐른다.


국제 미술계 역시 그의 작품 세계에 주목하고 있다. Saatchi Gallery(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판게아 II: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미술(Pangaea II: New Art from Africa and Latin America)》(2015)에 참여하며 세계적 인지도를 얻었고, 이후 Kristin Hjellegjerde Gallery(크리스틴 옐레게르데 갤러리), Addis Fine Art(아디스 파인 아트), Galerie Kornfeld(갤러리 코른펠트) 등 주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Barjeel Art Foundation(바르질 아트 재단)과 Rema Hort Mann Foundation(레마 호트 만 재단) 등 여러 국제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2017년에는 프랑스(France) 정부로부터 예술문학훈장 슈발리에(Ordre des Arts et des Lettres)를 수훈하며 예술적 성취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더 이상 주변부 예술이 아니라 세계 미술 담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된다.


최근 베니스(Venice)의 아카 프로젝트(AKKA Project)에서 열린 개인전 《블랙박스(BLACKBOX)》는 그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시는 기억과 기술, 인간 경험의 불완전성을 ‘블랙박스(Black Box)’라는 개념으로 풀어내며 현대사회가 축적하는 데이터와 인간 기억 사이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아베베는 스스로를 특정 지역성에 제한된 작가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는 “사회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며, 인간이 역사와 기술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을 정의하는지를 예술의 핵심 질문으로 삼는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작품이 아프리카(Africa)를 넘어 세계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다윗 아베베(Dawit Abebe)의 예술은 단순한 회화를 넘어, 디지털 시대 인간 존재와 사회 구조를 성찰하게 만드는 시각적 사유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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